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정조 개혁 이끈 서얼 출신 ‘백탑파’ 복원했죠”

등록 2006-04-27 19:38수정 2006-04-28 14:56

박제가와 젊은 그들<br>
박성순 지음. 고즈윈 펴냄. 1만2000원
박제가와 젊은 그들
박성순 지음. 고즈윈 펴냄. 1만2000원
인터뷰/‘박제가와 젊은 그들’ 펴낸 박성순씨

선왕(정조)의 뜻은 경장에 있었네/악의 근원을 씻어내고 기강을 회복코자 하셨지/그분의 향기가 중도에서 끊겼으니/수척하고 느른해진 나라의 운명을 누가 다시 일으킬꼬/나를 부르셨을 때마다 왕안석에 비유하셨는데/임금의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구나.(‘이원’)

“1805년 4월 죽음을 앞둔 박제가의 눈에 정조의 모습이 삼삼합니다. 그는 총애하던 정조가 승하하고 15개월 뒤인 1801년 9월 노론 벽파한테 몰려 심한 고문을 받지요. 함경도 종성에서 3년반 유배생활을 하고 한달 뒤에 생을 마감합니다. 얼마나 절절했겠어요?”

<박제가와 젊은 그들>(고즈윈 펴냄)을 지은 박성순 연구교수(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는 박제가를 비롯한 북학파와 정조의 관계는 군신을 떠나 지음관계였다고 말했다. 왕이 되는 과정에서 노론 척족에 의해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긴 정조는 즉위한 뒤 서얼의 관계 진출을 트기 위해 ‘서류소통절목’을 반포하고 이어 초계문신제와 규장각을 통해 자신의 오른팔을 양성했다. 남인과 북인을 많이 등용하는데 그 가운데 서얼 출신의 ‘백탑파’들이 7품의 하급관직이지만 중요한 자리인 검서관에 임명됐다.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 서리수 등이 그들. 지은이는 정조가 세자 때부터 홍대용으로부터 그들의 ‘발칙함’을 들어왔기 때문에 임용이 가능했다고 본다.

“박지원, 홍대용, 최한기 등에 비해 박제가의 생애는 온전히 알려져 있지 않았어요. 정조의 개혁과 관련해 가장 많이 활동했고 북학론을 대표하는 데도 말이죠. 북학파 가운데서 연배가 어렸다뿐이지 정조와는 두살 차가 나는 또래였습니다.”

그 동안의 박제가 연구는 원자료가 많지 않기도 하지만 경제사상과 북학의의 내용 분석에 머무른 반면 이 책은 그가 남긴 <북학의>, 개인문집은 물론 주변인의 기록을 아울러 박제가와 그 패거리의 삶과 사상을 통째로 복원해냈다. 특히 백탑파를 중심으로 북학파의 형성, 정조의 개혁과의 관계, 꿈의 좌절 등을 시대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박제가가 수레를 이용한 물화의 유통과 외국과의 통상을 강조한 것은 조선 초부터 계승해온 절용을 기반으로 한 재정운용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한 거죠. 노론한테는 ‘‘당벽’ ‘당괴’라 비난받고 정조한테는 ‘왕안석’이라는 진반농반의 말을 들을 만큼 그의 생각은 철저했어요.” 북학파가 대부분 자연사한 반면 박제가가 사실상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도 그 탓으로 본다. 하지만 그가 주창한 이용후생은 성리학이 지향하는 정덕의 실현을 위한 전제인 점에서 한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선의 건국 주체는 소외계층이었어요. 그런데 사림파 득세 이후 그 맥이 끊겼다가 정조 때에 서얼 출신이 궁궐에 진출하죠. 군-신이 어우러져 일대 개혁을 추진하는 장관을 이룹니다. 그 맥은 다시 끊겼다가 박제가 사후 75년 뒤인 1880년께 개화가 추진되면서 비로소 정책에 반영됩니다.”

지은이는 흔히 대척점으로 이해하는 실학사조와 성리학을 통합적으로 설명해 보는 게 꿈이다. 조선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와 조선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는 이분법이 아닌 모색의 차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