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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우주도 인간에게 적응했다

등록 2006-04-27 20:46수정 2006-04-28 14:57

생명우주-새로운 과학적 진화론<br>
제임스 N. 가드너 지음. 이덕환 옮김. 까치 펴냄. 1만5000원
생명우주-새로운 과학적 진화론
제임스 N. 가드너 지음. 이덕환 옮김. 까치 펴냄. 1만5000원
“인간도 우주의 창조자로 우주와 인간 상호적응”
변호사 출신 과학자의 새로운 우주진화론
생명우주라니! ‘새로운 과학적 진화론’이라는 부제는 또 얼마나 거창한가. 이럴 때 가장 쉬운 독법은 우선 표지 뒷면의 ‘지은이’ 소개를 보고 수준을 감별해보는 것이다.

제임스 N. 가드너. 과학 저술가. 정통 과학자가 아니란 뜻인가? 변호사 출신으로 미국 대법원의 법률 서기와 오리건주 상원의원까지 역임했다. 그런데 우주론과 진화론을 연구하는 복잡성 이론가는 또 뭘까? 그 궁금증에 이끌려 서론으로 넘어가니, 그는 예견했다는 듯이 스스로 이렇게 묻고 답한다.

“…내가 어떻게 우주론의 바깤 경계까지 놀라운 여행을 안내할 자격을 갖추게 됐을까?…변호사로서 보통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애매한 흔적을 찾아내는 기술을 갖췄다. <컴플렉시티> 같은 우주천문 이론지에 지속적으로 ‘복잡성 이론’ 논문을 발표해 인정받았다. 예일대에서 철학과 이론생물학을 공부할 때부터 이상한 우주론 문제를 복잡성 이론으로 풀고 싶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이론이 주류 과학자들이 외면하는 방향을 가리고 있지만 “중세 유럽의 지도 제작자들처럼, 아이작 뉴턴처럼, 이 책을 통해 자연에 숨겨진 신비에 대한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조금이라도 전해주면 성공”이라고 쓴 의도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서론의 첫 대목에서 그는 스스로 “이 책이 중요한 면에서 찰스 다윈의 걸작 <종의 기원>을 닮았다”고 감히 ‘선언’한다. ‘당장 이해할 수 없는 물리적 신비도 언젠가 반증 가능한 예측을 통해 진실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새로운 해석적 패러다임이 등장한다’는 과학에 대한 확고한 믿음도 고백한다.

그가 말하려는 새로운 패러다음 혹은 가설은, 생물학적 진화와 우주 운명 사이의 관계를 밝혀내는 ‘이기적 친생명 우주론(Selfish Biocosm)’, 즉 “자연의 물리법칙과 상수들이 무생물의 세계로부터 지능을 가진 생명이 출현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구조화되었다.…우주 자체가 문자 그대로 무생물적 물질에서 생물적 물질로 변환된다.…창조와 진화와 복제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또다른,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새 지능 생명체가 출현한다”는 것이다.

모두 6부로 구성된 책의 1부, 1950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점식 먹다 남겼다는 질문이 눈길을 끈다. “외계인, 그들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까?” 그는 “벌써 이곳에 와 있을 수도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다”고 답한다.

‘블랙홀이 새로운 우주로 연결된 관문이라는 가설’ 등 자신의 이기적 친생명 우주론을 반증할 만한 생물학과 물리학 등의 최신 아이디어들을 점검한 2부를 돌파하니, 3부에서는 극단적 진화론자들과 현대판 창조론자들 사이의 위험한 문화전쟁을 화해시킬 수 있다는 ‘야심만만한’ 주장이 나온다. 그가 제시하는 합의점은 한마디로 이렇다. “자연법칙에는 ‘생명을 만들라’는 우주적 필연이 감추어져 있다”.


본론이라는 4부에서는 ‘우주가 스스로 복제되어 하나 이상의 ‘아기 우주’로 전파되는 우주적 번식과정의 논리적이고 예측가능한 결과’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5부에서 충분히 진화한 지능을 가진 생명체(슈퍼 정신)가 우주를 복제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제시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그도 ‘어디까지나 추론’이라며 한발짝 물러나 6부 ‘근본적 진화론이나 인류 자아상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종교와 윤리는?’에 이르면 ‘두렵다’고도 토로한다. “인공생명 등 인간 수준의 지능을 만든 생물학적 진화와 반복 이미 시작됐다”는 소식’이 그렇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그는 “인간 정신의 핵심은 ‘슈퍼 영혼’ 속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초자연적 신이 유일한 창조자라는 유일신 개념은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우주의 창조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책임감과 스티븐 호킹이 표현한 ‘신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결론 짓는 말한다.

마지막 문장에서 다시 다윈으로 돌아온 그는 보수적인 과학계의 조롱을 의식한 듯, “생명에 대한 이런 생각은 장엄한 것”이라고 자위한다.

문외한이 건진 책의 결론은 이렇다, “인간만 우주에 적응하 것은 아니다. 우주도 인간에게 적응했다.…우주는 살아 움직이고 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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