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원정기
스벤 헤딘 지음. 윤준·이현숙 옮김
학고재 펴냄. 2만3000원
스벤 헤딘 지음. 윤준·이현숙 옮김
학고재 펴냄. 2만3000원
잠깐독서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탐험가 스벤 헤딘(1865~1952)은 1885년부터 1935년까지 여러 번 아시아 탐험에 나섰다. <티베트 원정기>는 그가 1896년과 1900~1901년, 1906~1908년 세 차례에 걸쳐 은둔의 나라 티베트를 탐험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국내 초역으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 이어 학고재 출판사의 ‘문명기행’ 시리즈의 둘째 권으로 나왔다.
지리학과 지질학을 전공한 스벤 헤딘의 티베트 탐험은 백인들이 밟지 않은 길을 뚫고 간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등 기존 지도의 공백을 메우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더스 강의 수원을 확인했고, 트랜스히말라야 산맥을 히말라야 산맥과 평행을 이루는 독자적인 산맥으로 확정했으며, 모래 속에 사라진 고대 도시 누란의 유적을 발견하기도 했다. 낙타가 수렁에 빠지거나 늑대들의 추적을 받기도 하고 눈보라 때문에 길을 잃기도 하는 등 탐험은 고난과 위험의 연속이었다. 무모할 정도의 모험 속에서 빚어진 <티베트 원정기>는 무엇보다 당시 티베트 사람들의 생활과 종교, 풍습 등을 알려준다는 미덕을 지닌다. 상상하기 어려운 혹한 속에서 삶을 꾸려 가는 유목민들, 티베트 특유의 장례 방식인 조장(鳥葬)과 고승의 화장, 평생을 호수 한가운데 섬이나 봉쇄된 석굴에서 수행하는 수도자들, 축제 등의 흥미로운 내용들은 스벤 헤딘 자신이 그린 200여 컷의 그림과 11컷의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다가온다. 빛과 소리가 차단된 석굴에 스스로를 가둔 채 죽을 때까지 나오지 않는 라마승의 구도행을 그린 부분 등에서는 이 탐험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문학적 글쓰기의 맛을 만끽할 수 있다. 부부 영문학자인 옮긴이들(윤준·이현숙)은 번역 인세 전액을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어린이 마을’에 기부하기로 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