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마시멜로 이야기
반년치 베스트셀러가 이렇게 확실했던 해가 또 있을까. 2006년 상반기 책 판매순위는 그야말로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엘런 싱어 지음, 정지영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가 석권한 양상이다. 한국출판인회의 집계로 보면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23주 연속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베스트셀러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장기집권’하고 있다. 지금까지 80만부 가까이 팔렸고, 무난히 100만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마시멜로 이야기>가 성공한 것은 흡입력 있는 깔끔한 우화 형식의 이야기가 가진 힘과 출판사의 철저한 마케팅의 덕분이다. 책의 주인공은 성공한 기업가 조나단, 그리고 조나단의 차를 모는 평범한 젊은이 찰리다. 순간의 행복을 위해 눈앞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을 상징하는 찰리가 조나단으로부터 미래를 위해 욕망을 억제하는 법을 배우면서 삶의 태도를 바꿔나간다는 이야기다. 달콤한 서양과자인 마시멜로는 눈앞에 나타나는 유혹을 상징하는 것으로, 먹음직한 마시멜로를 참고 먹지 않았을 때 더 큰 보상이 생긴다는 것이 주제다.
처세서나 실용서, 그리고 우화는 모두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로 들려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마시멜로~>는 ‘잘 참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바꿔냈다. 성공한 갑부 조나단이 운전사 찰리에게 들려주는 성공의 비결에 따라 찰리가 스스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과정을 실감나게 진행된다. 대가없이 도움을 주는 후견인이 생겼으면 하는 ‘키다리 아저씨’의 환상도 충족시켜준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 책은 폭넓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애초 편집진이 겨냥한 독자층은 20대 여성들이었는데 판매 양상을 보면 40대 이상 남성층까지 다양한 계층들이 책을 사고 있다. 또한 보기좋은 삽화와 부담없는 분량(173쪽), 선물하기 좋은 내용 등에 힘입어 10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점도 눈길을 끈다. 출판계에서는 자기계발서·처세서 시장이 10대로 확대되는 현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 시대를 맞아 최근 ‘블록버스터’형 자기계발서들은 책을 넘어서 교육프로그램 등 다른 사업으로 연결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마시멜로~>도 그런 흐름을 타고 있다. 이 책을 주제로 한 고교생 대상 강연회가 진행되고 있다.
내용이 좋지 않는 한 아무리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 게 베스트셀러지만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는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을만 하다. 우선 옮긴이를 전문 번역자가 아니라 인기 아나운서인 정지영씨를 기용했다. 주독자층인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정씨를 앞세워 눈길을 잡고자 한 것이다. 지은이도 아닌 번역자인 정씨 팬사인회만 3차례를 열어 바람몰이를 하면서 최대한 ‘스타마케팅’을 펼쳤다. 이밖에도 입소문 마케팅 등 요즘 출판사들이 들고나오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최대한 동원했다.
책을 ‘띄우는’ 과정에서 이 책을 낸 한국경제신문의 지원은 지금까지 언론사들이 자사출판 책을 보도해온 태도와는 분명 다르고, 그래서 더욱 눈에 띈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11월1일 출간 이후 이 책을 다룬 기사를 모두 11꼭지 보도했다. 처음 책 소개글을 기사가 아닌 옮긴이 정씨의 글로 내보냈고, 이후‘ 연말연시 선물하기 좋은 책’ 그리고 ‘새 봄을 맞아 읽을 만한 책’으로 거듭 추천했다. 이밖에도 사내필진 칼럼에서도 이 책을 다뤘으며, 이 베스트셀러 1위 등극했을 때는 물론 옮긴이 정씨의 팬사인회가 성황을 이룬 것, 김명곤 문화부 장관이 이 책을 직원들에게 선물한 것도 기사로 소개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베스트셀러 들여다 보기’를 새로 시작합니다. 당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베스트셀러는 어떤 의미에서건 사회적 흐름의 중요한 한 자락을 반영합니다. 베스트셀러가 되기까지 또는 되고난 뒤의 뒷얘기와 평가 등을 통해 매주 최신 독서정보들을 전달합니다.
책을 ‘띄우는’ 과정에서 이 책을 낸 한국경제신문의 지원은 지금까지 언론사들이 자사출판 책을 보도해온 태도와는 분명 다르고, 그래서 더욱 눈에 띈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11월1일 출간 이후 이 책을 다룬 기사를 모두 11꼭지 보도했다. 처음 책 소개글을 기사가 아닌 옮긴이 정씨의 글로 내보냈고, 이후‘ 연말연시 선물하기 좋은 책’ 그리고 ‘새 봄을 맞아 읽을 만한 책’으로 거듭 추천했다. 이밖에도 사내필진 칼럼에서도 이 책을 다뤘으며, 이 베스트셀러 1위 등극했을 때는 물론 옮긴이 정씨의 팬사인회가 성황을 이룬 것, 김명곤 문화부 장관이 이 책을 직원들에게 선물한 것도 기사로 소개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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