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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젊은 피 수혈하면 회춘할까, 궁금하죠?”

등록 2006-06-01 22:17수정 2006-06-02 16:48

4년간 매주 환자들 질문 답해준 ‘메디컬정보’ 묶어 책으로
“처음엔 서비스하는 재미였는데 점점 궁금증에 빠졌어요”
인터뷰/‘아름다운 우리 몸 사전’ 쓴 최현석씨

‘사람들이 맨발로 살 때는 정전기가 없었다.’ ‘젊은 피를 수혈한다고 회춘하지는 않는다.’ ‘몽고인 눈이 좋은 까닭은 근시인 사람들이 멀리서 날아온 화살을 피하지 못해 도태되었기 때문이다.’

사전이라는 말에 지레 재미없다고 치부하지 말라. <아름다운 우리 몸 사전>(지성사 펴냄)은 곳곳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사전은 우리 몸을 신경, 호흡, 심장혈관, 소화, 생식기, 비뇨기, 근골격 등 11개 계통 172개 항목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체(위, 쓸개, 갑상샘 등), 대사분비물(침, 위산, 인슐린 등)뿐 아니라 질병(위암, 변비, 성병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인체에 관해 일반인들이 가진 궁금증을 풀어주는 항목, 예컨대 알코올, 거세된 남자, 남근 크기, 하이힐, 운동중독 등도 끼어있다.

“의학이 발전할수록 분야가 세분되면서 인간을 하나의 개체로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요. 이 책은 인간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오후 3시 신문사로 약속을 잡은 서울현내과(경기도 김포시) 최현석(43) 원장은 정확히 2시59분에 도착해 전화를 걸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개업의 4년 동안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메모해 정리하여 일주일에 한차례 <메디컬정보>라는 이름의 작은 미디어를 만들었다. 병원 게시 외에 정기 독자 100여명한테 서비스한다. 그렇게 쌓인 것을 분야별로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환자들이 무척 좋아하더라구요. 궁금해하는 것을 조목조목 대답해주는 방식이니까요. 처음에는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나 자신의 궁금증을 풀게 되더라고요. 지금까지 250호 이상을 냈는데, 관심사가 넓고 깊어지면서 환자들은 재미없어하더군요.”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침이 바싹바싹 마르고 입에서 냄새가 난다’, ‘트림을 하고나면 소화가 잘 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공기가 빠지면서 위의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기보다 밥이 쉽게 포만감을 주는 것은 밥이 혈중 혈당량을 빠르게 올리기 때문이다’ 등은 재미있지만, ‘적혈구의 수명은 120일, 혈소판은 14일, 백혈구는 1~2일이다’, ‘ABO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의 탄수화물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등은 재미와는 무관한 내용.


“궁금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요. 그에 관한 논문도 거의 없어요. 실무와 무관해 누군가 연구비를 대줄 만한 분야도 아니거든요. 저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쓴 한두 편 논문을 찾아내 정리한 것들이 꽤 됩니다. 그래서 근거가 좀 약한 부분도 있어요.”

이 책은 병원과 환자, 학문과 궁금증 사이에 존재하는 엄청난 간극에 자리잡고 있다. 아주 유익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도 그 탓인지 모른다. 이런 책이 가능한 것은 지은이가 재미없게 살기 때문. 진료시간 앞뒤 한두 시간, 일과중 환자가 뜸할 때는 자료를 조사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최소한이다. 그리고 한해 책값이 1000여만원. 인터넷으로 사들인 책들은 그의 7평 진료실의 사방벽을 메우고 있다. 최 원장은 “책이 많아서 환자들이 자신의 말을 안심하고 믿는 분위기”라며 허허 웃었다.

‘젖먹이는 생후 4~6개월에 가장 감염되기 쉬운데, 이는 어머니한테 받은 항체가 줄어들고 스스로 생산하기 시작하는 때라서 항체가 최저에 이른 탓이다.’ ‘왼손잡이는 자궁 안에서 산소부족으로 약간의 뇌손상을 받은 탓으로 추정한다.’ ‘빛이 차단되고 시계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의 생체리듬 주기는 25시간이다.’

폼잡고 앉아 읽지 않고 그냥 아무데나 들춰봐도 쏠쏠한 얘깃거리가 눈에 띈다. 더불어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는다. “참 재밌게 읽었다”는 치사에 “신도가 한명 늘었다”면서 농으로 받아쳤다.

그의 욕심은 보통사람을 넘긴다. 다음에 나올 책은 <비타민>. 그 다음은 유전자, 그 다음은 남자와 여자, 그 다음은 뇌…. 모처럼 병원을 쉬고 부부동반 외출한 그의 다음 행선지는 서울 시립미술관 피카소 전시회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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