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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파란 눈의 한국인 “나가 정빼면 뭐시 남겄소?”

등록 2006-06-15 21:48수정 2006-06-16 15:04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br>
인요한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1만원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
인요한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1만원
잠깐독서

북한을 제일 먼저 공식 방문한 ‘순천 촌놈’. 북한 결핵퇴치 사업을 위해 1997년부터 17차례 방북한 인요한(47)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은 언제나 자신을 ‘순천 촌놈’이라고 소개한다. 미국 국적과 존 린튼이라는 미국 이름이 있지만, 그의 고향은 전라도 순천이고, 영혼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4대를 이은 한국 기독교 선교가문 린튼가의 아들로 1959년 이땅에서 태어난 그는 참외서리·수박서리를 하며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를 배웠고, 순박한 이웃을 통해 한국의 정을 익혔다. 더욱이 연세대 의대를 다니면서 맞은 광주항쟁 때 전남 도청에서 시민군의 외신기자 회견을 통역하며 한국의 아픔을 배웠고, 이 땅에 맞는 앰뷸런스를 손수 개조해 3천여대나 보급하며 한국 사랑을 실천했다.

이 ‘전라도 촌놈’이 선교사인 외증조할아버지 ‘유진 벨’의 이름을 딴 재단을 통해 그동안 북한을 지원한 물품의 액수는 모두 350억원어치. 지원된 식량과 의료 장비로 9곳의 현대식 수술실을 설치했으며, 20만명의 결핵환자를 치료했다. 또 함경도 청진·함흥, 양강도 혜산, 자강도 희천, 평북 곽산, 황해도 황주·해주 등 어떤 한국인보다 많은 북한 지역을 밟았다.

그는 왜 이렇게 열심히 북한 지원 사업을 벌이는 것일까. 인요한 소장은 “북한에서 ‘고향’을 봤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남한에서 ‘전라도 촌놈’의 그 끈끈한 정이 사라짐을 아쉬워하는 그가, 가난하지만 순박한 북한 사람에게서 ‘옛 고향의 원형’을 발견한 것이다. 인 소장이 북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서 순천 골목길을 누비던 자신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 ‘순천 촌놈’은 북한 사람들이 “우리가 중국 동포들에게 저지른 잘못된 우월의식과 교만함을 눈치챌까 봐” 가슴 졸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영혼은 한국인을 넘어, 그리고 조선인을 넘어 그 누구보다 ‘우리 민족’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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