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 김영사 사장, ‘자기개발 우화’ 직접 번역
출판사 처음 입사 때 그의 이름은 ‘미스 박’이었다. 3년 뒤 출판편집자로 실력을 인정받아 중견 출판사로 스카우트됐다. 7년이 더 지난 32살에는 그 출판사 사장이 됐다. 김영사 박은주(49) 사장. 직원 48명의 김영사 연매출은 320억원, 박 사장 연봉은 4500만원에서 3억대로 뛰었다.
가장 주목받는 여성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한 사람인 그가 직접 번역한 책이 나왔다. 〈신데렐라 성공법칙〉. 책은 직장 여성을 위한 자기개발 우화다. 미국의 홍보전문가 캐리 브루서드가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 동화 10여편을 상식을 뛰어넘어 재해석했다. 부제도 도발적이다. ‘21세기 신데렐라는 공주가 아닌 CEO를 꿈꾼다!’
무대는 현대 직장, 주인공은 일하는 여성이다.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못된 여왕은 악독한 상사로 뒤바뀌고, 일곱 난쟁이는 든든한 동료가 된다. ‘재투성이 신데렐라’는 공주 대신 시이오를 꿈꾸며 자신을 갈고 닦는다. 토너 자국에 찌든 말단 여직원은 간난신고 끝에 시이오가 된다.
박 사장의 삶 역시 ‘현대판 신데렐라’와 빼닮았다. 멘토 격인 김영사 창업자(김정섭 사장)를 만나 82년 말단직원으로 김영사에 입사한지 7년 만에 사장에 지명된다. 그리곤 업계 최고 출판사를 일궜다. 첫 작품은 김우중 대우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한국 최초로 6개월 만에 100만부를 팔아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이어 에릭 시걸의 〈닥터스〉,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가 밀리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한파로 출판계가 위축됐을 때도 100권 분량 어린이학습서 ‘앗! 시리즈’를 발간해 350만부를 판매했다. 직원들 반대를 무릅쓴 채 10년을 투자해 만든 웰빙문고 〈잘 먹고 잘 사는 법〉 시리즈도 50만부 이상 팔았다.
박 사장은 “비정상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일은 비즈니스 세계가 그만큼 전쟁터 같다는 걸 방증하지만 성실성, 도전정신, 열정으로 성공한 이 책 사례야말로 전하고 싶은 성공담”이라며 “나는 단 한번도 내 잠재력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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