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대량멸종의 역사 에코사이드
프란츠 브로스위머 지음. 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1만3800원
프란츠 브로스위머 지음. 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1만3800원
지구 역사상 가장 큰 포식자 생태계 상인의 주범 ‘인류’
결국 대량멸종 희생자 될 것 생태운동·세계 공유지 확보를
결국 대량멸종 희생자 될 것 생태운동·세계 공유지 확보를
‘우리는 지금 지구상에서 최후의 만찬을 포식하고 있다. 음식은 거의 동이 나고 있다. 내일 우리 아이들은 굶주려야 하고, 그렇게 세상은 막을 내릴 것이다. 그래도 계속 먹고만 있을 것인가?’
지은이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한마디로 이렇게 들린다. 지은이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오늘도 무려 100종이나 되는 동식물이 멸종했고, 열대우림 5만 헥타르가 사라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막이 2만 헥타르나 넓어졌으며, 오늘 세계 경제는 2200만톤의 석유를 소비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24시간 동안 온실가스 1억톤을 대기중으로 방출하게 될 것입니다.-오늘의 저녁 뉴스’
사실 이런 뉴스는 어제 오늘 나온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다는 반응조차 나올 지경이다. 물론 지은이의 귀에도 들렸던 모양이다. “…불건전한 과장, 우울한 허구, 쓸데없는 걱정에 사로잡힌 학자들이 만들어낸 신파적 재앙 시나리오, 돌팔이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결코 아니다. 그렇게 치부하지 말라”고 강력하고 당당하게 반박하니 말이다.
책은 그 반박의 이유와 근거들을 입증하는 인류학, 생물학, 지리학, 사회학에 걸친 갖가지 사례와 문헌 기록과 수치 분석들로 매우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맹자가 우산(牛山)의 마구잡이 벌목현상을 보며 산림 파괴의 재앙을 예언한 같은 세기, 서쪽으로 8㎞ 떨어진 아테네에서 플라톤도 아티카산의 황폐화를 똑같은 표현으로 우려했다는 식의 서술이 그 예다, 하와이대학 세계화연구센터 전문연구원인 지은이가 박사과정 연구 주제를 책으로 발전시킨 결과이기도 하다.
그가 현대를 후의 만찬기로 규정한 이유는, 지금까지 지구 역사상 3차례의 대량멸종 사건이 발생했고 이제 네번째로 인류 멸종의 전조가 이미 시작됐다고 믿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2억5천만년 전 페름기의 종말로 생물 90% 이상이 사라졌다. 두번째는 2억년 전쯤 육상과 해양에서 생태공동체가 조성됐으나 약 10만년 동안 연달아 발생한 운석충돌, 용암폭발 등 환경재앙으로 역시 소멸됐다. 세번째는 6500만년 전 공룡의 멸종사건이다, 기후 변화, 해수면 상승, 소행성 또는 혜성의 충돌 분진이 해를 가려 암흑사태가 빚어진 끝에 생물의 50%가 사라졌다.
마지막 네번째가 바로 13만년 전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출현과 함께 시작된 ‘생태계 살해(Ecocide)’ 사건이다, 그는 살해 주범으로 인간, 그 중에서도 생명유지 시스템의 식민지화로 전세계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생태계 파괴현상을 지목한다.
그가 보기에 생태계 살해의 역사는 6만년 전 첫 재앙으로 나타났다, 언어의 발달과 농경의 확대가 시작된 시기다, 이어 1만년 전 식석기 식량혁명과 정주 농경생활(식물의 작물화, 동물의 가축화)의 확립, 그리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식의 생성도 한 몫 했다. 200년 전 마침내 현대 산업사회가 출현했다, 분업의 증가, 자본주의 생산방식, 민족국가의 등장. ‘신이 인간을 위해 창조해준 땅’이라는 유대-기독교의 교리, 자유시장주의, 세계화 등등등 현대인의 존재와 생활방식은 반생태적 가치로 가득 차 있다. 특히 2장에서 그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고대 문명 발상지들의 몰락이 사실은 모두 생태계 붕괴, 생물자원의 고갈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고대 중국, 메소포타미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차코 아나사지(북아메리카), 마야, 라파누이(이스터섬) 등은 한결같이 가장 동식물이 풍부한 지역에서 번성했으나 지나친 ‘포식’으로 오늘날 가장 가난한 곳이 되었거나 불모의 사막으로 변해 있다는 것이다. 얘기는 이제 멸종의 시간표로 접어든다.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의 계산으로는, 모든 생물의 자연적 운명인 ‘배경 멸종’의 속도는 ‘5억년 동안 5년에 1종’ 수준으로 매우 느렸다. 에드워드 윌슨의 추정치로는 인간 출현 이전까지 ‘1년에 100만종 중 1종’으로 0.0001%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000배(0.1%)나 더 많이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동시에 충격적으로 진행되는 ‘대량 멸종’인데, 더 자주, 더 급격하게, 더 큰 위력으로 나타날 것이란 예언이다. 이런 류의 예언을 들을 때마다 싹트는 의구심이 있다. 도대체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지은이는 이 위기를 개인적 경험으로 증명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인정한다. 의미 있고 효과적인 조처를 할 만큼 깨어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자연에서 빼앗아 오는 게 아니라 자연 그대로 유지되는 속에서 얻어왔다 되돌려는 주는’ 생태 민주주의 운동과 세계적 공유지 확보를 통한 공평한 분배를 그 해법으로 제시한다. 인류는 과연 호모 에소파구스 콜로서스(생태계 전체를 꿀꺽 삼켜버릴 수 있을 만큼 식도가 거대한 동물)로 멸종돼 갈 것인가? 아직은 지은이처럼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있으니 희망은 있는 셈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그가 보기에 생태계 살해의 역사는 6만년 전 첫 재앙으로 나타났다, 언어의 발달과 농경의 확대가 시작된 시기다, 이어 1만년 전 식석기 식량혁명과 정주 농경생활(식물의 작물화, 동물의 가축화)의 확립, 그리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식의 생성도 한 몫 했다. 200년 전 마침내 현대 산업사회가 출현했다, 분업의 증가, 자본주의 생산방식, 민족국가의 등장. ‘신이 인간을 위해 창조해준 땅’이라는 유대-기독교의 교리, 자유시장주의, 세계화 등등등 현대인의 존재와 생활방식은 반생태적 가치로 가득 차 있다. 특히 2장에서 그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고대 문명 발상지들의 몰락이 사실은 모두 생태계 붕괴, 생물자원의 고갈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고대 중국, 메소포타미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차코 아나사지(북아메리카), 마야, 라파누이(이스터섬) 등은 한결같이 가장 동식물이 풍부한 지역에서 번성했으나 지나친 ‘포식’으로 오늘날 가장 가난한 곳이 되었거나 불모의 사막으로 변해 있다는 것이다. 얘기는 이제 멸종의 시간표로 접어든다.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의 계산으로는, 모든 생물의 자연적 운명인 ‘배경 멸종’의 속도는 ‘5억년 동안 5년에 1종’ 수준으로 매우 느렸다. 에드워드 윌슨의 추정치로는 인간 출현 이전까지 ‘1년에 100만종 중 1종’으로 0.0001%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000배(0.1%)나 더 많이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동시에 충격적으로 진행되는 ‘대량 멸종’인데, 더 자주, 더 급격하게, 더 큰 위력으로 나타날 것이란 예언이다. 이런 류의 예언을 들을 때마다 싹트는 의구심이 있다. 도대체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지은이는 이 위기를 개인적 경험으로 증명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인정한다. 의미 있고 효과적인 조처를 할 만큼 깨어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자연에서 빼앗아 오는 게 아니라 자연 그대로 유지되는 속에서 얻어왔다 되돌려는 주는’ 생태 민주주의 운동과 세계적 공유지 확보를 통한 공평한 분배를 그 해법으로 제시한다. 인류는 과연 호모 에소파구스 콜로서스(생태계 전체를 꿀꺽 삼켜버릴 수 있을 만큼 식도가 거대한 동물)로 멸종돼 갈 것인가? 아직은 지은이처럼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있으니 희망은 있는 셈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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