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외 지음. 홍수원 옮김. 두레 펴냄. 1만2800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외 지음. 홍수원 옮김. 두레 펴냄. 1만2800원
지금 우리 앞에는 청색 신호와 적색 신호가 동시에 깜빡이고 있다. 청색 신호는 신자유주의다. 개방·통합·시장·발전 등의 청사진을 들이민다. 번영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속삭인다. 달콤한 미래다.
<진보의 미래>는 적색 신호의 점멸등이다. 갈수록 착취·빈곤·차별의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 근본에는 생태위기가 있다. 부를 창출해낼 개발의 대상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환경운동가와 생태주의자들이 이 책에 글을 실었다. “개발의 진행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공통된 메시지다. 공업화 모델을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발전’을 구상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소비 수준의 축소, 자급자족을 통한 생태공동체” 등의 대안적 구상이 세계 곳곳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일러준다.
다만 중대한 의문에 대한 답은 찾기 힘들다. 이들의 시도는 결국 거대한 ‘계몽의 프로젝트’다. 덜 쓰고 덜 먹어 덜 싸는 세상을 위해 물질적·정신적·심리적 차원에서 사회 곳곳을 유기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개발의 문법에 길들여진 한국 사람들에게 그 미래는 아주 멀게만 느껴진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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