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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고통의 허물 벗고 평화로…박완서 문학의 정수 5편

등록 2006-06-29 20:43수정 2006-06-30 16:49

환각의 나비<br>
박완서 지음. 푸르메 펴냄. 9000원
환각의 나비
박완서 지음. 푸르메 펴냄. 9000원
소설가 박완서씨의 문학상 수상작 다섯 편을 모은 소설선집 <환각의 나비>가 출간되었다.

마흔의 나이이던 1970년에 등단해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웬만한 문학상은 섭렵하다시피 수상한 터다. 지금쯤은 그가 문학상을 받는 일이 그 자신에게보다는 해당 문학상에 더 영광이 될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그의 숱한 문학상 수상작들 가운데서도 이번 책에 묶인 다섯 작품은 가히 박완서 문학의 정수라 이를 만한 면면이다. 분단과 여성문제 같은 그의 핵심 주제를 다루는데다, 작가 자신의 아픈 개인사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말뚝 2>는 6·25 전쟁 당시 숨진 작가의 오빠 이야기를 아프게 돌이킨다. 극노인이 된 어머니가 낙상 이후 수술을 받는 과정을 전후해 새삼 수십 년 전 오빠의 죽음을 다시 겪는 모습을 통해 세월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전쟁의 상흔을 고발한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과 <꿈꾸는 인큐베이터>는 낙태와 남아선호라는 세태에 메스를 들이댄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의 주인공은 전쟁 당시 미군 병사에게 강간당한 뒤 낙태를 한 적이 있는 산부인과 의사. 그가 30여 년 동안 복수하듯 낙태 수술 전문 병원을 꾸려 온다는 이야기다. <꿈꾸는 인큐베이터>에도 낙태가 등장하는데, 내리 딸 둘을 낳은 뒤 셋째까지 딸로 판명되자 낙태를 택하고, 다시 임신해서야 비로소 아들을 낳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공손한 며느리요 착한 올케에서 아들을 낳은 뒤 도도한 모습으로 표변하는 주인공을 통해 남아선호가 그 피해자인 여성들 자신의 주체적 인격 역시 갉아먹는 양상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작가 자신이 장성한 아들을 어이없게 잃은 경험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1980년대 독재정권기에 전경의 쇠파이프에 아들을 빼앗긴 주인공이 겉으로는 의연하게 상황에 대처하지만,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둔 친구를 부러워하며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장면이 눈물겹다. 표제작은 이런 개인적·사회적 고통을 두루 통과한 뒤 비로소 이르게 되는 화해와 평화의 차원을 아련하게 그리고 있다. 애벌레와 고치가 나비로 우화하듯 고통이 평화로 몸을 바꾸는 이치를 ‘환각의 나비’라는 제목에 담았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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