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의 탄생-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뿌리와 이파리 펴냄. 1만3000원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뿌리와 이파리 펴냄. 1만3000원
잠깐독서
‘돈가스의 탄생’도 책 거리가 되나? 싶지만,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란 부제에 돈가스 한 입 베어물고 떠나는 맛있는 일본 근대문화사 여행이란 발문까지 곁들이면 나도 몰래 입맛을 다시게 된다.
한국인에게 자장면처럼, 돈가스·카레라이스·고로케는 일본인들이 외국에서 향수병에 걸리거나 몸이 안 좋을 때 먹고 싶어진다는 ‘3대 양식’이다. 일제의 유산으로 우리에게도 제법 친숙한 이들 양식의 기원은 1872년 메이지 천황이 친히 육고기와 우유를 먹으며 대대적인 장려운동을 펼치면서였다. 그럼 그 때까지 일본인들은 육식을 안 했단 말인가? 그랬다. 7세기 덴무 천황이 불교윤회관에 따라 살생을 금지한 이래 1200동안 철저히 교육받아온 결과였다. 그래서 메이지유신은 요리유신이기도 했다고 지은이는 갈파한다.
메이지시대에 이르러 급속한 근대화와 서양문명 도입을 하려고 보니 왜소한 일본인 체격과 체력의 열등감을 불식시키고 서양음식문화의 동화도 절실해졌다. 이미 300년 앞서 도입된 빵만 해도, 1874년 기무라 야스헤에가 단팥빵을 개발할 때까지, 병사들의 휴대용 군량으로만 쓰일 정도로 일본인의 서양음식 적응도는 매우 더뎠다. 때문에 초기 육식반대론도 거세 엘리트층에만 겨우 보급됐다. 서민들은 쇠고기전골과 스키야키로 서서히 쌀밥과 조화를 시도했다.
마침내 60년이 지난 1929년 드디어 도쿄 시내 우에노와 아사쿠사에서 서민용 돈가스가 탄생한 것은 일본음식문화사에서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네덜란드식 비프가쓰레쓰(커틀릿), 치킨가쓰레쓰, 포크가쓰레쓰가 기원인 돈가스는 1921년 와세다 고교생 나카니시 게이지로가 가스돈(돈가스덮밥)을 개발한 이후 8년 만에 요리사 시마다 신지로가 이름 붙여 팔기 시작했다.
단팥빵과 더불어 ‘일혼양재의 결정체’인 돈가스의 내력 자체도 흥미롭지만, 역자가 얘기하듯,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문화를 파고 드는 ‘오타쿠’적 글쓰기로 2000년 초판 이래 베스트·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이 책 자체가 정말 일본답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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