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헌법으론 좋은 대통령·정당 못 만들어”
“추진 역량 회의적·신자유주의로 왜곡될 수도”
“추진 역량 회의적·신자유주의로 왜곡될 수도”
2007년 대선 앞둔 대응전략 둘러싸고 논쟁
이날 토론의 ‘긴장’은 크게 두 곳에서 발생했다. 최장집 교수(오른쪽)의 ‘정당정치론’에 대한 문제제기가 그 하나였다면, 박명림 연세대 교수(왼쪽)의 ‘헌법개혁론’에 대한 비판이 또다른 접점을 형성했다. 의미심장한 풍경이었다. 한국 민주주의는 지금 정당과 제도의 수준에서 동시에 체증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행위자와 구조, 원인과 결과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엇갈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반민주적 정당은 반민주적 제도의 결과인가 또는 원인인가, 올바른 행위자를 탄생시킬 제도개혁이 중요한가, 아니면 제도개혁을 이룰 올바른 행위자의 형성이 중요한가.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2007년 대선을 앞둔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박명림 교수는 “민주주의가 헌법과 제도에 녹아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파가 지금까지 민주주의 투쟁만 하고, 정작 이를 제도화할 때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현재의 헌법 아래서는 원천적으로 ‘좋은’ 대통령과 정당이 탄생할 수 없다는 게 박 교수의 문제의식이다.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이 충돌하는 현행 헌법으로는 책임과 능력을 발휘하는 정당과 정부가 탄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시장국가를 넘어서는 사회국가를 핵심 내용으로 삼는 ‘민주헌정주의’”다. 구체적으로는 시민이 주체가 되는 헌법 개혁이다.
비판이 적지 않았다.
박찬표 목포대 교수는 “현행 헌법의 문제점과 개헌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개헌을 둘러싼 현실정치의 관계를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헌법은 전문가들의 정교한 지식보다는 사회적 힘 관계의 총체적 반영인데, 지금처럼 신자유주의와 반(反)정치가 팽배한 분위기에서는 헌법 개정 논의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도 “민주헌정 구상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 논의를 추진할 역량이 우리에게 있는지 다소 회의적”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중대한 현안으로 등장했는데, 시민사회가 헌법 개정을 주요 과제로 안고 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좋은 제도가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제도론적 관점은 문제가 있다”며 “예컨대 4년 중임제 개헌은 대통령의 민주적 책임성을 높일 조건을 확보하지 않고, 단순히 대통령의 권한만 확대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헌법을 고친다고 한국 민주주의의 잘못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헌법재판관을 바꾸는 게 낫고, 현행 헌법의 여러 문제는 헌법 해석 과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명림 교수는 이런 지적에 대해 “사회개혁·노동개혁·정치개혁 등은 괜찮은데, 헌법개혁만은 안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헌법도 사회개혁 과제의 하나이자 통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치의 영역이 축소된 원인이 (사법부가 민주주의를 지배하는) 현행 헌정체제에 있는데, 이를 그대로 두고 정치의 영역부터 확장하자는 건 잘못”이라며 “헌법 개혁 논의는 민주주의와 민생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 논쟁은 적어도 올해 말까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수찬 기자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좋은 제도가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제도론적 관점은 문제가 있다”며 “예컨대 4년 중임제 개헌은 대통령의 민주적 책임성을 높일 조건을 확보하지 않고, 단순히 대통령의 권한만 확대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헌법을 고친다고 한국 민주주의의 잘못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헌법재판관을 바꾸는 게 낫고, 현행 헌법의 여러 문제는 헌법 해석 과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명림 교수는 이런 지적에 대해 “사회개혁·노동개혁·정치개혁 등은 괜찮은데, 헌법개혁만은 안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헌법도 사회개혁 과제의 하나이자 통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치의 영역이 축소된 원인이 (사법부가 민주주의를 지배하는) 현행 헌정체제에 있는데, 이를 그대로 두고 정치의 영역부터 확장하자는 건 잘못”이라며 “헌법 개혁 논의는 민주주의와 민생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 논쟁은 적어도 올해 말까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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