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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늘 2% 부족한 예언들

등록 2006-07-13 21:17수정 2006-07-14 17:09

미래교양사전<br>
이인식 지음. 갤리온 펴냄. 2만9000원
미래교양사전
이인식 지음. 갤리온 펴냄. 2만9000원
과학 저술가 20년 결산한 사전 369개 낱말로 푼 2050년은 잿빛
지멘스 홍보이사가 본 2100년은 에이즈도 교도소도 없는 장밋빛
세기말과 세기초가 언제나 그렇듯이,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는 불안과 공포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전쟁과 테러, 세계화와 빈곤, 오염과 멸종 등이 당대를 대표하는 낱말이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내일은 또 어떤 재앙이 닥칠 것인가.

그래도 삶은 계속 되고, 인류는 역사를 이어갈 것이다. 비관적인 현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곧잘 근거가 허술한 낙관으로 미래를 그려본다. 인류가 ‘지속적인 위험사회’에 노출된 20세기 후반 이후 여러 ‘미래서’들이 꾸준히 출간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미래교양사전>과 <미래희망콘서트>는 미래서 목록에 새로 덧대어진 저술이다.

<미래교양사전>은 과학기술 저술가로 명성을 얻은 이인식의 야심작이다. 그는 1987년 <하이테크 혁명>을 펴낸 뒤 지금까지 모두 16권의 과학기술 및 미래 관련 서적을 출판했다. 가히 정력적인 활동이라 할만한데, 이번 책을 끝으로 ‘과학기술 전문 작가에서 사회문화 비평가로’ 변신하겠다고 한다.

과학기술저술 20년을 사전으로 끝맺음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모두 369개의 열쇠낱말을 가나다 순으로 설명했다. “2050년까지 인류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이론, 아이디어, 지식이 집약”돼 있다. 과학기술, 문화, 환경, 군사, 섹슈얼리티, 초자연현상 등 7개 범주에 걸쳐 다양한 열쇠말을 종횡무진 누빈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각 열쇠말에 담긴 낙관과 비관의 묘한 엇갈림에 있다. 예컨대 ‘무선 텔레파시’에 대한 설명에서는 신경공학이 열어놓을 의사소통체계의 혁명을 묘사한다. 신경정보를 무선신호로 변환하는 송수신기를 뇌에 달아서 ‘뇌에서 뇌로’ 정보를 소통한다.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인류사회에서 오해라는 말은 사라지겠지만, 그게 과연 괜찮은 미래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여러 과학기술 용어 못지 않게 ‘옛말’이 적잖게 소개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매춘, 간통, 식인풍습 등은 그 기원이 까마득한 과거의 낱말인 동시에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미래의 낱말이다. 생태·환경·섹슈얼리티 등의 여러 열쇠말을 읽다 보면,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래 인류의 관심이 여전히 신체와 생명의 문제에 있을 것이라는 필자의 혜안을 발견할 수 있다.

<미래교양사전>이 그리는 미래는 그래서 회색 지대에 있다. 과학기술의 인류 문명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겠지만, 그것이 생명과 섹슈얼리티와 공동체에 대한 인류의 근심을 덜어줄지에 대해 필자는 다소 유보적인 듯 하다.

반면 <미래희망콘서트>는 그 미래에 대한 철저한 낙관주의를 견지한다. “과거 세대들이 과거를 후회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삶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일상의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일하는 과학계를 믿는다.” 프랑스 언론인 출신으로 세계적 가전회사인 지멘스의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지은이의 말이다.


이 책은 2006년부터 2100년까지의 ‘미래연보’ 형태로 구성됐다. 매년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데, 주로 과학기술의 혁신적 발전에 대한 것이다. 그러니까 2009년에는 에이즈 치료백신이 나오고, 2022년에는 우주여행을 일상화할 거대 우주선이 만들어진다. 2034년에는 스스로 정화하는 콘크리트가 개발돼 건물 청소할 일이 없어지고, 2044년에는 히말라야에 스키장이 열린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지구를 떠나고 없을 2093년엔 범죄자들을 감시할 칩이 개발돼 교도소가 사라지고, 2096년엔 인위적으로 기억을 옮기는 일이 가능해진다.

미래를 예측하면 현재가 풍요로와진다. 불변의 진리다. 점성술과 예언서는 고대의 ‘미래서’였다. 다만 이런 종류의 미래서를 읽다보면 가시지 않는 궁금증은 있다. 그 미래 청사진 앞에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경제, 사회, 정치가 주조하는 인류 문명의 메카니즘을 온전히 담지 못하는 과학기술의 미래는 언제나 2% 부족하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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