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싱크탱크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출범 넉달
‘통일민족경제’ ‘국민직접정치’ 실험적 구상 책으로
‘통일민족경제’ ‘국민직접정치’ 실험적 구상 책으로
올해 초, 여러 곳에서 진보개혁 두뇌집단들이 만들어졌다. 희망제작소, 세교연구소, 좋은정책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성찰과 모색을 화두로 삼은 이 흐름은 아직까지는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념과 정책을 연결시키겠다는 다짐은 여전히 희망사항이고, 그들의 외로운 분투는 당분간 더 계속될 전망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하 새사연)도 그 가운데 하나다. ‘생활인이 참여하는 싱크탱크’를 표방하며 2월 출범했다. 시민싱크탱크를 자처하는 희망제작소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른바 ‘386세대’의 동력을 주된 활동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이들이 출범 넉달여 만에 한국 사회의 미래 좌표를 밝히는 책 한 권을 내놓았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시대의 창 펴냄)이다. 머리말에서 “학술서나 사회평론서가 아니라 차라리 ‘깃발’”이라고 밝혔다. 새사연의 지향을 정리한 선언의 의미가 강하다.
몇 가지 점에서 이 책은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지난 2월 펴낸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21세기북스 펴냄)과 비교된다. 박 교수는 한국 보수주의의 쇄신을 주창하면서 ‘공동체자유주의’를 기반삼은 선진화 전략을 내놓았다. 이른바 ‘신보수’를 대표하는 미래구상을 어렵지 않은 용어로 쉽게 풀어 한 권에 담았다. 거대담론의 대중화 작업을 시도한 셈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은 새로운 진보를 꿈꾸는 집단이 내놓은 미래 전략이다. 사회 각 분야별로 막힌 매듭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되도록 쉬운 말로 설명했다. 정치와 경제 분야를 두 축 삼아서 새사연 연구원들의 대담을 주제별로 묶었다.
그 ‘깃발’은 ‘통일 민족경제’와 ‘국민 직접정치’로 요약된다. 통일 민족경제는 창비나 세교연구소 등이 주창하고 있는 ‘개방형 민족경제’ 담론과 비슷하다. “남과 북이 상호 시너지 효과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경제연방을 수립하면서 세계사적으로 도약하는” 청사진이다.
새사연 연구원들은 통일민족경제가 △경제규모·내수시장 확대 △석유 등 자원·에너지 확보 △군사비의 생산적 재배치 △동아시아 허브로서의 지정학적 우월성 복원 등의 직접적 효과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공격적으로 통일민족경제권을 수립한다면 5~10년 안에 현실화될” 문제라고 밝혔다.
국민 직접정치는 대의제 민주주의 대신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 뼈대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문제를 국민투표권·국민소환권·국민발안권 등의 확대를 통해 풀자는 제안이다. 그 표상으로 ‘국민의회’를 제안했다. 지역별 선거구 외에 직업·직능별 선거구를 구성해 그 대표를 뽑는 의회다. 직능별 대표자로 평의회를 구성하려 했던 ‘소비에트’ 의회의 이상이 녹아 있다.
이 책에는 여러 실험적 구상들이 많이 담겨 있다. 책 제목이 〈…상상력〉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족해방파(NL)의 현실인식의 입김이 많이 녹아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방식의 구상이 진보세력의 미래 전략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다른 두뇌집단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구상과 선언과 입론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다만 다시 한번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과 비교된다. 그 책에서 박 교수는 이념·담론은 물론 구체적 정책과 주체 형성의 문제까지 아우르는 ‘깃발’을 완성했다. 생각있는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선 필독서로 통한다. 이에 비해 〈…상상력〉은 설득이 쉽지 않은 날것의 제안들이 많다. 아직 한국의 진보세력은 ‘상상력’을 ‘전략’으로 바꿔낼만한 힘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이 책에는 여러 실험적 구상들이 많이 담겨 있다. 책 제목이 〈…상상력〉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족해방파(NL)의 현실인식의 입김이 많이 녹아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방식의 구상이 진보세력의 미래 전략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다른 두뇌집단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구상과 선언과 입론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다만 다시 한번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과 비교된다. 그 책에서 박 교수는 이념·담론은 물론 구체적 정책과 주체 형성의 문제까지 아우르는 ‘깃발’을 완성했다. 생각있는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선 필독서로 통한다. 이에 비해 〈…상상력〉은 설득이 쉽지 않은 날것의 제안들이 많다. 아직 한국의 진보세력은 ‘상상력’을 ‘전략’으로 바꿔낼만한 힘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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