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현의 관해기 1, 2, 3
주강현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값 각권 1만3천원
주강현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값 각권 1만3천원
잠깐독서
최근들어 우리 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인 만큼 21세기 해양국가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들을 자주 한다. 그런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대표 인물로 ‘해상왕 장보고’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자 장보고의 활동 근거지로 알려진 완도 청해진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1990년들어 주민들이 오랫 동안 모셔온 당산제의 주인공을 고려시대 영웅 송징에서 장보고로 슬그머니 바꾸더니, 심지어 두 인물을 같은 사람으로 믿기 시작한 것이다.
조선 식물분류학의 원조 나가이 교수와 마찬가지로, 조선 어류 연구의 선구자는 우치다 게이타로라는 총독두 관리였다. 그는 해방 당시 자신이 수집한 어류의 유리건판 등 자료를 고스란히 남겨두고 돌아갔다. 그런데 해방 이후 우리 ‘수산학의 거목’으로 칭송받았던 정아무개씨가 작고하자, 수십년간 사라졌던 이 자료더미가 고서점가에 출현했고, 결국 우치다의 연구를 그가 도용·가공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바다를 향한 인문학의 첫 대중적 안내서’를 표방한 이 책에는 이처럼, 지은이가 수십년에 걸쳐 직접 발품을 들여 답사하고 확인해보지 않았다면 발견할 수 없는 일상 문화사들이 가득하다. 독도 분쟁이나 드라마 ‘해신’의 인기에 자극 받은 해양부국강병론이나 해양문화강국 같은 거대담론은 가능한 피해갈 것이라고 애초부터 밝히고 있다.
이미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우리문화의 수수께끼>에서 이미 공인을 받았고 지은이 스스로 인정하듯, 그의 오지랖은 정말 넓다. ‘생활·민속·지리·과학·역사·신화·생태 등등을 아울러’ 우리가 알고 있으되 의식하지 못했던 바다와 섬, 그리고 그 사이를 잇고 있는 민중들의 이야기를 시공간을 관통해 촘촘히 복원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1권은 제주도에서 자갈치시장까지 남쪽 바다, 2권은 연평도에서 신안 우이도까지 서쪽 바다, 3권은 구룡표에서 금강산 삼일포까지 동쪽 바다를 섭렵했다. 겯들인 사진·지도·그림이 600컷이 넘고 모두 1천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기록이다.
“역사는 있되 기록은 없이 소외된 갯것들의 삶 터”였던 까닭에 무척이나 고단한 작업이었다고 지은이도털어놓고 있다. 그래서 그 작업을 기꺼이 도와준 200명이 넘는 어민과 해양인들의 이름을 ‘1차 저작권자’로 책 말미에 밝혀둔 정성이 진솔하게 느껴진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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