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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386세대 권력’ 과연 지속될까

등록 2006-07-21 20:19수정 2006-07-21 20:20

지난 2000년 5월, 16대 국회의원 등록을 마친 여야의 386세대 국회의원들이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2000년 5월, 16대 국회의원 등록을 마친 여야의 386세대 국회의원들이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진보쪽 ‘허상’·보수쪽 ‘일시적’ 아전인수 해석
미 네오콘·중 개혁파보다 낫지만 준비 부족
국가비전·전략 없으면 머잖아 역전 가능성
소장학자 7명 ‘한국사회 권력이동’ 해부

1990년, 앨빈 토플러의 〈권력이동(Power Shitf)〉이 나왔다. 토플러는 권력의 원천이 폭력의 독점에서 부의 독점으로 옮겨왔고, 앞으로는 지식의 독점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사용한 권력이동의 개념은 ‘미래학’의 문제의식과 떼놓을 수 없는 것이다. ‘내일의 권력은 무엇이고 그 담지자는 누구인가.’ 권력을 통해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는 인류는 이 물음을 결코 내려놓을 수 없다.

일군의 학자들이 2006년 한국 사회를 향해 그 질문을 던졌다. 〈한국사회 권력이동〉(굿인포메이션 펴냄)은 사회학자를 중심으로 한 7명의 소장학자들이 함께 펴낸 ‘한국판 미래학’의 한 변주다. 정치·지식·미디어·엔지오·상징 등의 범주로 나눠 참여정부 전후의 권력이동 양상을 살폈다.

책 전체를 가로지르는 문제의식은 “지나치게 정치적·당파적이었던 그간의 권력이동 논의”(박길성 고려대 교수)를 극복하자는 데 있다. 한국사회 권력이동에 대해 진보진영은 ‘본질적 변화 없는 허상’이라 비판하고, 보수진영은 ‘조만간 제자리에 돌아올 일시적 역전’이라 자위하며, 집권층은 ‘장기적으로 계속될 지속적 실체’라고 강변한다는 것이다. 제 논에 물대는 식으로 해석되고 있는 권력이동의 양상을 문화·사회적 수준까지 확장해 중장기 추세를 살펴보자는 게 필진들의 뜻이다.

한준 연세대 교수는 그 흐름의 핵심을 민주화·세계화·정보화의 기묘한 결합에서 찾았다. “세계화가 효율성·투명성에 대한 강조를 매개로 민주주의와 결합하고, 정보화는 소통·참여에 대한 강조를 매개로 민주주의와 결합”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참여정부의 탄생으로 대표되는 권력이동이 발생했다.

다만, 그 이동의 흐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김선혁 고려대 교수는 미국의 네오콘과 중국의 개혁개방주의 세력이 물경 30년에 걸쳐 권력이동을 현실화시킨 과정을 짚었다. 김 교수가 보기에 한국의 386세대는 이들과 비교해 “리더십, 조직력, 동원력, 단결력 등이 더 뛰어나지만, (미국 네오콘과 중국 개방주의자에 비해) 집권을 준비할 기간이 충분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런 맥락에서 한 교수와 김 교수 모두 “권력이동의 역전 가능성”을 짚고 있다. 특히 김 교수는 “한 권력집단이 권력이동을 공고화 단계로 진입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시민사회의 담론장을 압도할 주도적 국가비전과 국가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못한 권력이동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권력이동에 자리를 내준다”고 썼다.

이 책의 미덕은 권력이동의 개념을 통해 한국사회 변동을 장기적 맥락에서 살펴볼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다만, 참여정부에 대한 여러 필자들의 서로 다른 애증이 드러나는 것은 새로운 사회과학 방법론의 확장을 가로막는 대목이다.


그 이유의 실마리를 전상인 서울대 교수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 교수는 지식권력의 이동을 ‘냉전·산업화 레짐’과 ‘광주·민주화 레짐’의 대립을 통해 살폈다. “학문적으로는 실패한 진보·좌파 지식이 정치적으로 성공한 아이러니”를 경계하고 있다. 한국의 지식사회 스스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격변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이미 중립적이지 않다. 예컨대 전상인 교수는 신우익(뉴라이트)의 한 집단인 ‘교과서포럼’에서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고, 또다른 필자인 김선혁 고려대 교수는 중도개혁 진영의 두뇌집단을 표방한 ‘코리아연구원’의 부원장을 역임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대학에 자리잡은 기왕의 지식인 집단 전체가 권력이동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국판 권력이동론’의 확장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화두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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