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의 발견
고명섭 지음. 한길사 펴냄. 2만2천원
고명섭 지음. 한길사 펴냄. 2만2천원
한상 잘 차려진 담론의 성찬이다. 출판·학술 분야를 취재해온 지은이가 150편의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동서고금의 사상가를 두루 섭렵하면서도,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관점과 급진적 태도”를 형성하는 데 도움될 만한 것들을 묶어 꿰었다. 책 제목이 ‘지식’의 발견이 아니라 ‘담론’의 발견인 이유다.
책을 매개삼아 지성사를 종횡으로 누비는 글의 힘이 압도적이다. 그러면서도 읽는 이를 제압하지 않는다. 각각의 책에 담긴 사상을 3-5쪽 분량에 눌러담아 잘 발효시켰다. 어려운 책을 읽어 쉽게 책을 썼다. 다 읽으면 대단히 똑똑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철학사를 누비는 대목이 백미다. 그 중에도 니체·푸코·들뢰즈 등에 대한 글쓴이의 관심과 애정이 돋보인다. 하이데거가 ‘니체 우파’였다면, 글쓴이는 ‘니체 좌파’를 자처하는 듯하다. 한국의 코뮨주의로 이어지는 그 흐름을 곁눈질하면서 글쓴이는 볼셰비즘·아나키즘·페미니즘·포스트콜로니얼리즘 등의 담론을 긴박하게 파고든다.
그런 점에서 글쓴이가 니체를 평가한 아래의 글은 이 책 전체를 향해 되돌려지는 게 옳겠다. “자신의 사유를 최종 국면까지 밀어붙이려(한) … 이 철학자를 만져보면 어떤 때는 손가락이 탈 듯 너무 뜨겁고 어떤 때는 얼음판처럼 너무 차갑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