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희망
유재현 지음. 그린비 펴냄. 1만4900원
유재현 지음. 그린비 펴냄. 1만4900원
쿠바. 한세대 전 열혈청년들에게 인도만큼이나 동경을 불러일으켰던 이상향이자 아직도 ‘포기할 수 없는 혁명의 꿈’을 상징하는 이름. 활동가·소설가·여행가로 활약하고 있는 유재현씨는 쉽게 갈 수 없는 이 먼 섬나라에서 색다른 희망, 지속가능한 사회의 전범을 찾아왔다.
“승리할 때까지”를 남기고 사라진 체게바라의 열정과 마지막 사회주의 혁명가 카스트로의 카리스마로도 어쩔 수 없는, 경제난이란 괴물과 또다른 투쟁을 벌이고 있는 쿠바에서 그는 ‘시장과 경쟁’의 수레바퀴를 벗어난 인간다운 삶의 모습들을 본 것이다.
맨서쪽 끝 과나아카비베스반도에서부터 동쪽 끝까지, 그리고 동쪽 끝 관타나모만에서 다시 수도 아바나까지 총 3451㎞를 여행하면서 그는 자연과 사람과 도시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거기에 그리 길지 않은 단상과 설명을 곁들여 한편의 포토다큐에세이를 꾸몄다. 소련의 몰락과 미국의 경제봉쇄 이후 트랙터 대신 소를 끌고, 화학비료 대신 바이오농약을 개발해 땅과 인간이 적대하지 않고 공존하는 지혜를 터득한 농장부터 아바나 뒷골목 아이들의 군것질거리까지, 관광객의 눈으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는 쿠바의 맨얼굴이 정겹게 다가온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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