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저널리스트들
로베르 메나르 지음, 성욱제 옮김. 바오 펴냄. 1만2000원
로베르 메나르 지음, 성욱제 옮김. 바오 펴냄. 1만2000원
잠깐독서
‘국경없는 기자회’는 1985년 만들어졌다. 언론탄압이 있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이들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 <싸우는 저널리스트들>은 신출귀몰하는 그 실체에 대한 기록이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창립을 주도하고 사무총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로베르 메나르가 직접 썼다.
한국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이 책에 많이 담겼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처음 목표로 삼은 것이 ‘대안 언론’이었다는 점부터 그렇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초기 구성원들은 대참사, 전쟁, 기근이 있을 때만 언론에 보도되는 제3세계의 실체를 비판적으로 취재·보도하는 ‘대안 기자 집단’을 지향했다.
그러나 몇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기자들의 인권과 자유를 옹호하고 북돋는 쪽으로 활동의 궤도를 수정했다. 이때부터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는 여러 활동을 펼쳤다. 제3세계 양심적 언론인을 돕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은 ‘활약상’이 흥미진진하게 소개된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메나르의 풍모도 흥미롭다. 그는 지난 20여년간의 모임 내부 논쟁과 권력투쟁을 있는 그대로 적었다. 애초 트로츠키주의자였던 메나르는 국경없는 기자회 활동을 거치면서 마르크스주의와 결별하고 인권의 보편성에 주목하게 됐다. 그의 사상적 편력은 국경없는 기자회의 변모 양상과 맥을 함께 한다.
특히 스스로를 ‘마키아벨리적 행동가’로 묘사하는 대목이 재밌다.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는 실수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하는 메나르는 “언제까지나 적극적 행동주의자의 조직으로 남을 것”이라고 이 모임의 미래를 말한다. “언론의 자유가 없으면 우리 모두는 침묵을 강요당하게 된다. 기자들을 지키는 것은, 단지 기자들만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이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올해 초 발표한 국가별 언론자유 순위에서 한국은 34위를 차지했다. 일본, 미국보다 높은 자리다. 일부 보수언론이 권력의 언론탄압을 부르대지만, 정작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다. 인류공통의 인권보다는 소속 매체의 편파적 이익을 위해 ‘싸우는 저널리스트들’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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