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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당신의 ‘메탄 트림’에 페루 빙하가 녹는다

등록 2006-08-24 19:27수정 2006-08-25 14:50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br>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펴냄. 1만3000원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펴냄. 1만3000원
잠깐독서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이 어느날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얼어붙어 있어야할 땅 알래스카는 동토가 녹아내려 집 전체가 땅속 구멍으로 빠져버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입자는 우리집 창문 틈을 뚫고 들어와 목구멍을 따갑게 하고 있다. 이 모두가 지구가 더워졌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자동차를 몰며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며 ‘메탄 트림’을 방출하는 우리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장을 진작 받았다. 그럼에도 ‘지구 온난화’에 대한 도돌이표 얘기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흘린다. 가뭄이니 홍수니 빙하니 하는 말이 단지 추상적인 단어로 머물러 있기에.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원제 High Tide-News from a warming world)은 ‘지구온난화’라는 추상어를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일상의 현실과 연결 짓는다. 자연과 사람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에피소드로 얽힌 이 색다른 기후서는 지구 오지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지구촌의 고통을 처연하게 그려낸다.

국제환경단체인 원월드넷에서 5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은이는 3년에 걸쳐 투발루에서 알래스카까지 온난화되어가는 세계를 돌아봤다. 발길을 보챈 것은 한 장의 사진. 지질학자인 아버지가 20여년 전에 찍어놓은 페루의 웅장한 빙하사진을 보다 지금 모습이 어떨지 몹시 궁금해졌다. 어렵사리 찾은 그곳에서 만난 건 하얀색 부채꼴 빙하가 아니라 검은색 육질. 건기 동안 안데스 주민의 ‘자연 급수탑’ 구실을 하는 빙하가 급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를 달군 산업의 재앙은 엉뚱한 사람에게로 먼저 덮치고 있었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는 투발루 섬 주민은 물이 무릎까지 차오른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례식 문상객을 위한 바비큐를 굽고 있고 네이멍구(내몽골)에서 만난 양치기 소녀는 초지가 없어 울타리에 갇힌 양들을 돌본다. 또 겨울기온이 6℃나 올라 ‘제정신이 아닌 날씨’를 겪고 사는 알래스카 주민들은 “행복한 온도는 영하 73℃”라며 무너져버린 전통적 삶의 방식을 그리워한다.

“문제를 일으킨 건 선진국들인데 당하는 건 우리지요.” 현지인의 넋두리는 교토의정서와 같은 국제합의 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지은이의 바람은 딱 한가지란다. 경험을 공유한 독자들이 다함께 인류 최대의 위기에 제동을 거는 것. 좁혀 말해, 성찰과 실천을 하는 ‘따분한 환경주의자’가 될 것.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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