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혼성
프랭크 레흐너·존 보일 지음. 윤재석 옮김. 부글 펴냄. 1만8천원
프랭크 레흐너·존 보일 지음. 윤재석 옮김. 부글 펴냄. 1만8천원
“문명충돌론은 빗나갔다”고 단언하는 이 책은 전세계 문화가 만나고 어우러지며 만들어진 ‘세계문화’의 미래를 낙관한다. 서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두 세계관의 충돌로 끝났던 18세기 말 영국 외교관 조지 매카트니와 청조 황제 건륭제의 만남에서 출발해 첫 올림픽과 유엔 인권회의, 항공여행의 발달, 국제형사재판소까지 세계문화의 진화를 약간은 수다스럽게 추적한다.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서울의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에서 번성한 오순절운동도 중요한 현상으로 다뤄진다.
이런 낙관론에 대한 가장 큰 반론은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나 이슬람주의의 분출이다. 미국 사회학자인 지은이들은 헌팅턴이 문명을 분리되고 고정된 실체로 오해하고, 이슬람주의자들이 무슬림 전체를 대변하는 것으로 오도하면서 문명들이 충돌할 수 밖에 없다는 잘못된 견해를 전파했다고 비판한다. 이슬람주의에 동조하지 않는 무슬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있으며 결국은 세계가 오해를 넘어 ‘세계문화’ 속에서 화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왜 오늘날 민족주의나 이슬람주의가 분출하고 있는지,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 진단과 전망은,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려는 인간처럼 공허하게 느껴진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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