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의 사치-소비사회를 사는 현대인의 정경
박정자 지음. 기파랑 펴냄. 1만2000원
박정자 지음. 기파랑 펴냄. 1만2000원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에 갔을때 얘기다. 사진으로만 보던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시리즈 중 한 작품을 실제로 보게 됐지만 작품에서 파격적인 ‘예술성’을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 오랜 시간 작품 앞에 서서 감상하는 ‘척’을 했다.
소비사회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 중 이런 경험을 한 이들은 비단 나뿐일까? ‘그래 나는 3류야’라고 선언하며 기존 권위를 거부하고 대중성을 표방했던 워홀의 작품은 이제 가장 권위 있는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슈퍼마켓에 널려있는 수프 깡통이나 흔한 먼로의 사진이 단지 워홀의 손길이 가해졌다는 사실만으로 엄청난 고가의 작품이 된다. 결국 팝아트도 이를 소장한 사람을 상류층으로 만들어주는 ‘기호’가 됐다고 지은이는 분석한다. 소득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현대 사회에서 상류층이 소비하는 물건은 실제 물건이 아니라 이미지다. 지은이는 이미지 소비가 물건 소비보다 더 뛰어넘기 어려운 장벽이라고 설명한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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