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분엄마 파이팅!
글 이은하. 그림 화성. 한겨레출판 펴냄. 8500원
글 이은하. 그림 화성. 한겨레출판 펴냄. 8500원
잠깐독서
꽃분엄마는 칠공주집 다섯째다. 어릴 때는 기왓장 끼우기, 땔감 톱질하기를 도맡았던 ‘억순이’였고, 결혼해서는 우유배달, 재봉사, 학원강사 등 안해본 일 없는 ‘억척 아줌마’가 됐다. <꽃분엄마 파이팅!>은 그 ‘억척 아줌마’의 서울살이를 그린 자전만화다.
대학원생 남편 따라 돈 한푼 없이 서울로 올라온 꽃분엄마. 달동네 반지하방에는 거미줄과 바퀴벌레가 드글거리는데, 남편은 돈벌이에 도통 관심이 없다. 남편 대신 어린이 책 방문판매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지만, 할당지역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불모지다. ‘일이 죽든가, 내가 죽든가!’라며 아등바등 일할 밖에. 다행히 꽃분엄마는 불모지에서 황금밭을 일궈내 팀장으로, 지점장으로 승진한다. 성공비결은 단 하나,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이다. 상담약속이 없어 축 처진 채 걷다가도 구민 노래자랑대회에서 목청을 높이고, 돈 떼먹은 동네아줌마 아이들한테 “굶지마라”며 돈 집어주고 나서 “까짓 것 또 벌면 되지”하는 화끈한 에너자이저가 바로 꽃분엄마다.
못 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이면서도 친구들 앞에서 “계산은 내 마누라가 한다”며 큰소리 치는 꽃분아빠, 언니 집에 얹혀사는 만화가 지망생 동생, IMF에 구슬 꿰는 하루 5천원 벌이에 나선 골목 아줌마들도 우리이웃 모습 그대로다.
실제 주인공 이은하씨가 스토리를 썼고, 동생 화성씨가 그림을 그렸다. 지난해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만화를 책으로 펴내면서 에세이 18편을 덧붙였다. 외동딸이 어린이집 캠프에 가는데도 돈이 없어 5백원짜리 고무슬리퍼 뒤에 팬티 고무줄을 이어붙여 ‘엄마표 샌들’을, 낡은 꽃무늬 쫄바지를 잘라 수영복을 만들어줬다는 등의 에피소드가 가슴 짠하다. 하지만 애면글면 ‘살아내는’ 이들의 가난은 누추하지 않다. ‘희망의 꽃분’을 마음 속에 품고 사는 씩씩한 인생살이가 활짝 핀 웃음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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