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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옹다옹’ 신부와 공산주의자 연작소설 완간

등록 2006-09-14 18:29수정 2006-09-15 18:35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시리즈(전10권)<br>
조반니노 과레스키 지음. 이승수·김효정·주효숙·윤소영 옮김. 서교출판사 펴냄. 각권 9500원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시리즈(전10권)
조반니노 과레스키 지음. 이승수·김효정·주효숙·윤소영 옮김. 서교출판사 펴냄. 각권 9500원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은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노 과레스키(1908~1968)가 1946년 말부터 1961년까지 연재한 연작 소설이다. 국내에는 1969년 <명랑한 돈 까밀로>라는 제목으로 처음 번역된 이래 여러 번 중복 출판되었다. 2003년 저작권 계약을 맺은 서교출판사가 이듬해부터 이탈리아어를 완역 출간하기 시작해 최근 마지막 제10권 <돈 까밀로 러시아 가다>로 완간을 보았다.

소설은 작가의 고향인 포 강 유역 바싸 마을을 배경으로 삼으며, 신부 돈 카밀로와 공산주의자인 읍장 페포네가 중심인물이다. 상반된 위치에 놓인 두 사람이 사사건건 부닥치며 으르렁대는 가운데 웃음을 자아낸다. 두 사람은 신부와 공산주의자라는 상이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성격과 행동에서는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돈 카밀로는 결코 엄숙하거나 권위적인 스타일이 아니며,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급한 성정에 필요할 땐 음모와 협박도 마다 않는 약삭빠른 인물이다. 그가 궁지에 몰려서, 뻔히 들통날 것을 알면서도 예수님에게 거짓말을 하는 대목은 그의 사람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동차 수리공인 노동자이자 읍장인 페포네 역시 돈 카밀로에 못지않은 성격파다. 상반된 세계관을 대리하는 두 ‘깡패’가 갈등관계에 놓일 것은 불문가지의 이치.

그러나 두 사람의 갈등이 끝 간 데까지 가지는 않는다는 데에 이 소설의 묘미가 있다. 두 사람은 사실 과거 독일군에 맞서 함께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인 내력이 있으며, 마을 사람들 사이에 풀기 힘든 문제가 발생하면 협심해서 문제 해결에 나서기도 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잃지 않으며 자주 서로를 돕는다. 돈 카밀로는 무식한 페포네의 선언문을 고쳐 주고, 공산주의자인 페포네는 어린 아들이 죽어갈 때 성당에 찾아가 하느님께 기도를 드린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근본적 신뢰와 존경을 버리지 않으면서 구체적인 상황을 놓고서는 개와 원숭이처럼 아옹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시리즈의 가장 큰 재미다. 연재 마지막 부분이었던 제10권 <돈 까밀로 러시아 가다>에서는 돈 카밀로가 공산주의의 본거지인 러시아로 진출해서 벌이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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