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동맹과 함께 살기
고종석 지음. 개마고원 펴냄. 1만원
고종석 지음. 개마고원 펴냄. 1만원
잠깐독서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는 언론인 겸 소설가 고종석씨의 시사 칼럼집이다. 2002년에 낸 <자유의 무늬> 이후 신문과 잡지 등에 쓴 글들이 묶였다. 책의 제목에 쓰인 ‘신성동맹’이란 “자본을 매개로 한, 반동 정치세력과 반동 언론권력 사이의 강고한 동맹”을 가리킨다. 이 말은 그것이 유래된 19세기 전반 유럽의 정치지형에서처럼 21세기 초 한국의 정치·사회 상황 속에서도 반어적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다. 글쓴이 자신은 “21세기 한국판 신성동맹체제의 거미줄에 걸려 바둥거리는 한 개인의 정치적 문화적 긴장”이 이번 책을 낳았다고 밝혔다.
“한국의 이념 지형에서 기괴한 것은 흔히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자유지상주의(근본주의적 자유주의)가 유사 파시즘적 국가주의와 만들어내고 있는 맥놀이다.” “당초엔 동맹 내부의 하위 파트너였던 이 신문들은 강준만이 ‘권력변환’이라고 부른 과정을 거치며 수구동맹 전체를 지휘하는 상위 파트너가 되었다.” “그렇다면 신성동맹은 왜 여권에 끊임없이 말의 팔매질을 해대는가? 여권의 존재 자체가 그냥 싫기 때문이다. 마땅히 자기들이 꿰차야 했을 자리를 잇따른 선거 패배로 빼앗긴 것이 짜증스럽고, 게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들이 평소에 깔보아왔던 무지렁이들이라서 더욱 짜증스러운 것이다.” 지은이는 현단계 정치·사회 상황에 대한 이런 판단을 근거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냉전수구 신문들을 비판하고, 스스로는 ‘타고난 우익’을 자처하면서도 “우리 사회에는 좀 더 많은 좌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실망 또는 환멸”을 토로한다.
고종석씨의 칼럼들이 정치·사회적 이슈에만 쏠려 있는 것은 아니다. 김종삼과 박용래, 박재삼의 시집을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절판시킨 출판사 민음사를 점잖게 꾸짖거나, 문학판에서 거친 문장이 행세하는 세태를 비판하거나, 봄날의 서울 거리를 만보하면서 내면적 초월을 꾀해 볼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소설가 조선희와 시인 황인숙,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 ‘여자친구’들에 관한 사적인 고백도 흥미롭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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