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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순례뒤의 깨달음-행복은 바로 여기

등록 2005-01-07 16:35

 영혼의 순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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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순례자 \
히말라야 종교성지에서
‘참 나’를 찾는 길위의 6달
질기게 가로막는 고통·번뇌뒤
내 안의 평화에 자리 내준다

순례라는 말에는 영성이 깃들어 있다. 헤진 가사를 걸치고 맨발로 돌길을 걸어 성스러운 곳을 향해 가는 순례는 스스로 불러들인 고난과 다를 바 없다. 순례는 말하자면, 거룩한 고행이다. <한겨레> 종교담당 기자 조연현씨의 <영혼의 순례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 그래서 가장 살기 힘든 곳, 그리하여 도리어 영성으로 가득한 곳 히말라야의 종교 성지들을 탁발승처럼 순례하고서 쓴 여행기다.

무릇 순례의 목적은 ‘마음의 평화’다. 내 마음의 호수에 돌을 던지는 것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거짓을 벗고, 껍질을 벗고” 알몸 그대로의 나와 대면하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수행공동체 아슈람을 차렸던 난다데비, 불교의 고찰들이 빽빽히 들어선 까마득한 오지 스피티, 달라이 라마의 땅 다람살라 등지가 참나를 찾으려고 지은이가 만행한 히말라야의 성지들이다. 그러나 길을 걷는 자에게 반드시 긴 그림자가 따르듯, “도망치고 싶고, 벗고 싶고, 놓고 싶고, 떠나고 싶었던 것들”이 하얗게 머리를 들어올린 히말라야 설봉 앞까지 따라왔다. 그는 고백한다. “인도행은 더 자유롭고 더 평화로운 길이 아니었다. 사라졌던 나의 업보는 다시 나타나 납덩이처럼 나를 짓눌렀다.”

그 납덩이는 이를테면, 집에 두고 온 눈물 많은 아내이고 평생을 설움 속에 산 어머니이고, 무엇보다, 가슴에 얹혀 내려가지 않는 유년의 기억이고 청소년기의 방황이다. 그것들이 눈 덮인 산보다 더 높게 내 앞길을 가로막는다. 지은이는 인도의 하층민들처럼 가장 낮은 자세로 산을 오른다. 삶이라는 고개를 포복하는 것이다. ‘신은 살지만 인간은 살 수 없다’는 그 척박한 고산지대에서 그는 온몸의 뼈마디가 욱신거리는 신열의 고통을 느끼고 그런 중에도 관능의 유혹에 머릿속이 어지러워진다. 그의 입에서는 티벳 불교의 고승 아티샤 대사의 <입보리행론> 한 구절이 흘러나온다.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오네.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이타심에서 오네.”

숨이 목젓까지 차오르는 그 산등성이에서 6개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 걸인과 승려와 구도자와 여행자들을 만나고, 그 만남들 속에서 나와 만난다. 깨달음은 인도에 있는 것이 아니고, 거룩함은 히말라야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주인 라마 에시의 설법을 되새긴다. “행복은 여기에 있는데, 그대는 거기에서 찾고 있다. 그것이 없는 곳에서 찾아 헤매지 말고 그것이 있는 곳에서 찾아라.” 그 행복을, 참나를 찾아낸다면, ‘평화로운 미소’가 얼굴에 항상 피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평화와 미소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해도, 그것을 깨달으려면 길고 험한 우회로, 순례의 길을 걸어보아야 한다. 지은이는 말한다. “주인인 그대가 방을 내주지 않을 때 손님은 언제든 다시 돌아간다.” 그 손님이 행복이고 평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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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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