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은 록스에서 만난다
박철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9800원
박철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9800원
<평행선은 록스에서 만난다>는 시인 박철(46)씨의 첫 소설집이다. <김포행 막차>를 비롯한 시집들에서도 그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 구실을 했던 고향 김포가 소설집에서도 주된 배경을 이룬다. 1997년 <현대문학> 등단작인 단편 <조국에 드리는 탑>부터가 그러하다. 김포공항 입구에 세워진 돌탑에서 만나 어울리던 불량기 가득한 중고생들이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재회한다. 특히 주인공의 동정을 빼앗았던 여자친구 ‘향자’의 출현이 인상적인데, 향자는 우여곡절 끝에 재일동포 야쿠자 사업가의 정부로 풀려 있다. 또 다른 단편 <흔들새>에서 역시 뒤늦게 재회하는 운전기사 친구 ‘영규’와 함께, 두 사람은 시련과 곡절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현자의 면모를 갖추게 된 인물들로 등장한다. 표제작은 작가가 한때 머물렀던 호주를 무대로 삼는다. 지난 시절 결혼을 약속했다가 부모의 반대로 헤어졌던 혼혈 여성을 호주에서 재회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이야기. 한국의 순혈주의와 호주의 백호주의에 대한 비판을 그 안에 담았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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