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궁내청 황실도서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명성황후 국장도감 의궤’. 겉표지는 붉게 물들인 마로 만들었으며 가운데 아래 ‘오대산 상’이라는 소장처 표시가 뚜렷하다.
환수위원회 “반환 촉구할 것”
명성황후의 장례식 기록을 담은 의궤 가운데 일본이 84년 전에 약탈해 간 4권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조선왕실 의궤 환수위원회 소속 김원웅 의원(열린우리당)과 간사 혜문 스님 등은 지난 6일 일본 궁내청 서릉부 황실도서관을 찾아 ‘명성황후 국장도감 의궤’와 ‘보인소 의궤’ 등 12종 20책을 열람했다. ‘명성황후 국장도감 의궤’는 1895년 10월8일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게 시해된 뒤 2년여 만에 치러진 국장 기록을 모두 4권에 나눠 싣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의궤의 겉표지에는 붉은색 바탕에 ‘오대산 상’이라는 글자가 뚜렷해 이 의궤가 오대산 사고에 보관됐던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또 마지막 장에 붉은색 도장으로 ‘대정 11년 5월 조선총독부 기증’이라는 문구가 찍혀 있어 1922년 조선총독부가 일본 황실로 의궤를 반출해 간 정황을 짐작하게 한다. 함께 공개된 ‘보인소 의궤’는 고종 13년(1876년) 11월 경복궁에 불이 나 옥새가 소실되자, 같은해 12월 담당 관청인 보인소에서 옥새와 인장 11과를 새로 만들면서 제작 과정 등을 기록한 보고서로 옥새 제작에 관한 유일한 자료다.
의궤를 직접 확인한 김원웅 의원은 “9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만찬에 참석하는 만큼 그 자리에서 의궤 반환 문제를 분명히 따져 물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환수위 간사 혜문 스님도 “일본은 명성황후를 시해한 것도 모자라 장례식 기록까지 훔쳐간 셈”이라며 “궁내청이 소유·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 의궤 72종 141책을 하루빨리 돌려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 뜻을 모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서지학자인 천혜봉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 ‘해외전적문화재 연구회’ 회원들은 조선왕실 의궤 가운데 오대산 사고본 44종 84책 등을 일본 궁내청이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3월 서울대 규장각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있는 ‘조선왕실 의궤’ 287종 490책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한 바 있는데, 일본과 프랑스에 있는 의궤는 신청 대상에서 빠져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환수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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