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해냄 펴냄. 1만3000원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해냄 펴냄. 1만3000원
<도플갱어>는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84)가 팔순 나이에 발표한 소설이다. ‘분신’을 뜻하는 제목처럼 완전히 똑같은 두 사람을 등장시켜 정체성의 위기를 다루었다. 중학교 역사교사인 토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와 단역배우 안토니오 클라로가 이 짓궂은 운명의 주인공들. 팔뚝의 점 하나는 물론 후천적인 흉터까지도 꼭 닮은 외모, 거기에다 목소리와 지문까지 똑같은 두 사람의 존재는 서로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훼손이자 근본적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둘이나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386쪽) 것이 정체성 공화국의 헌법 제1조 1항이다. 그런데 현실은 법 조항과 다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을 적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두 남자의 싸움은 각자의 배우자와 연인까지 끌어들이며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파트너가 바뀐 상태에서 두 남녀가 죽는 사고도 비극적이지만, 산 자가 죽은 자로 행세하며 여생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야말로 소름 끼치도록 두렵고 끔찍하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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