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의 반항아들
윤일권 지음. 사군자 펴냄. 1만원
윤일권 지음. 사군자 펴냄. 1만원
잠깐독서
올해 ‘된장녀’ 논란을 일으켰던 스타벅스의 로고에 그려진 여성은 누구일까? 이 여성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신반어인 사이렌이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무극’의 주인공들도 그리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영화, 그림, 문학, 브랜드 이름, 각종 콤플렉스명, 기업 로고 등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그리스 신화의 매력은 무엇인가?
신화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질투나 분노 등 인간의 다양한 심리 상태들과 부합되어 인간 행위와 사고 방식들을 설명하고 사회 윤리의 준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가 수없이 다양한 텍스트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신들이 인간세계를 간섭하며, 인간들은 자신의 정해진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등 광범위하게 펼쳐진 이야기에서 인간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의 반항아들>은 신화에 등장하는 세명의 반항아 프로메테우스, 메데이아, 안티고네의 이야기에서 ‘오늘날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책이다. 이들의 반항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반역이나 복수 등이 아니다. 대신 인간을 부당하게 옥죄는 권위(종교, 남성, 법)라는 괴물에 맞서는 모습이다. 작가는 이런 낯선 시각을 괴테, 볼프, 브레히트 등의 작품을 통해 차분히 설명한다.
인간을 옥죄는 권위란 사실 인간들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선한 덕목들을 가지고 있는 종교가 되려 전쟁의 씨앗이 되는 것은 종교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인간의 독선이 아닌가. 이러한 권위는 오늘날에도 우리 주위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고, 반항아들은 계속 필요하다. 신화 해석과 더불어 간간히 등장하는 우리의 씁쓸한 자화상은 왜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지 동기를 부여해준다. 하지만 반항해야 할 대상인 권위들이 다양해졌고 때때로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오늘날, 어떻게 반항해야할지는 혼란스럽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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