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일
짐 크레이스 지음. 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9800원
짐 크레이스 지음. 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9800원
“그 때에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광야로 가사 사십 일을 밤낮으로 금식하신 후에 주리신지라 시험하는 자가 예수께 나아와서 가로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명하여 이 돌들이 떡덩이가 되게 하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하시니(…)”
<마태복음>에 기록된 예수의 광야 고행 대목이다. 영국 작가 짐 크레이스(60)의 소설 <사십 일>은 성서의 이 부분을 비틀어 다시 쓴다. 그것도 기독교도들이 보기에는 불경스럽기 짝이 없게. 작가는 보통의 남자가 완전한 단식을 하면 30일 이상 생존할 수 없고 25일 이상 의식을 유지할 수도 없다는 의학적 소견을 책 머리에 배치하는 것으로 예수의 광야 고행에 정면으로 시비를 건다.
어느 날 다섯 명의 순례자가 광야의 토굴로 금식 고행을 온다. 그들 가운데 갈릴리 출신 청년 예수가 섞여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한참 뒤쳐져서 고행처로 향하던 그는 목이 말라 들른 대상의 천막에서 병으로 죽어 가는 무사를 발견하고 “그럼 다시 건강해지기를”이라는 말을 건넨다. 예수가 다녀간 뒤 기적적으로 병에서 나은 무사는 그가 치유 능력을 지닌 성자라 믿고 다른 순례자들에게도 그렇게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인즉 예수의 말은 그의 고향에서는 환자들에게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였던 것. 작가는 성장기의 소년 예수가 지녔던 광적인 종교 열기를 강조하는 한편, 무사의 오해에서 비롯된 ‘예수 신화’가 어떻게 확대 발전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예수 신화 만들기의 주역이라 할 무사가 순례자들을 상대로 사기와 협박을 일삼는 인물이라는 설정은 아이러니컬하다. 아이러니의 절정은 ‘악마의 유혹’ 부분이다. 무사는 절벽 아래의 예수에게 음식을 내려보내면서 그더러 치유 능력을 보여달라고 제안하는데 예수는 그것이 바로 악마의 유혹이라 믿고 거부하는 것. 결국 예수는 금식 31일째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문제는 그의 죽음 이후에 오히려 그에 관한 신화가 본격적으로 전파된다는 사실이다.
최재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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