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수 “배제됐던 하위주체 평등 지위 얻도록 해야”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어떤 내용을 지녀야 하는가. 그리고 그 내용은 어떤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를 비롯한 일군의 연구자들이 17일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연구소’가 마련한 심포지엄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과 위기’를 주제로 한 이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들은 1987년 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화 과정과 비슷한 시기 아시아 각국의 민주화 이행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 서구 중심의 기존 이론이 아닌 한국적 현실에 맞는 주체적 이론의 얼개를 내놓았다.
총론을 발표한 조희연 교수는 기존의 민주주의 이론이 정치적 제도에만 집중하다보니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방향과 내용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단계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성격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이론적 틀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민주화의 내용을 ‘독점의 해체’로 이해할 것을 주문했다. 여기서 독점이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독점을 모두 지칭하는 것이다. 기존의 민주화 이론은 이 가운데 정치적 독점의 해체와 재구성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조 교수는 독재를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독점이 구조적으로 결합한 체제라고 규정하고, 독재 체제의 극복 과정인 민주화 과정은 이 세 겹의 독점을 해체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기존의 민주주의 이론이 제대로 조명하지 않은 경제적·사회적 독점의 해체야말로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이며, 이 해체와 재구성이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졌느냐가 민주주의의 진척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정치적 독점의 해체로서 민주화는 민주주의의 완성이 아니라 출발일 뿐이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사회적 갈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격화한다. 경제적 권력 또는 사회적 권력을 놓고 그 권력의 분산과 분점을 목표로 하는 갈등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진척은 이 권력에서 배제됐던 성별·지역·인종상의 하위주체들이 평등한 권리 주체로 인정받는 것을 말한다. 조 교수는 이 과정을 ‘사회화’로 지칭하면서 “사회화 없이 민주주의 공고화 없다”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런 논의에 입각해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이론적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민주주의 이행 과정은 ‘민주주의의 형식적 구성 과정(민주주의적 제도의 도입)과 민주주의의 실질적 구성 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둘째, 민주주의의 실질적 구성 과정은 사회·경제적 독점의 해체와 변형을 둘러싼 갈등의 출현을 포함하고, 셋째, 민주주의의 공고화는 이 갈등을 통해 하위주체들이 평등한 지위를 얻을 때 이루어지며 이 과정의 기본동력은 시민사회의 활성화와 민중의 주체화에 있다는 것 등이다. 그는 또 민주주의의 실질적 구성과정은 민주주의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한계 지점 설정을 둘러싼 갈등 과정임을 강조하면서 독점 해체의 정도는 민주주의 진척의 정도(한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고 주장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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