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평론〉
“실태조사·정책 제언 인권담론 업그레이드”
국내 최초의 인권 전문 학술지 〈인권평론〉이 창간됐다.
한국인권재단(이사장 한상진 서울대 교수)이 세계 인권의 날(10일)에 맞춰 창간호를 낸 반년간 〈인권평론〉(한길사 펴냄)은 우리 사회의 인권담론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화의 진전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이 향상되고 법률과 제도에서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인간의 존엄성’이란 근본 가치를 망각한 불합리한 인권 현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인권평론〉의 판단이다. 〈인권평론〉은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이 한 사회의 인권 감수성이 얼마나 섬세하게 발달했느냐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은정 서울대 교수(법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양영미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 이근관 서울대 교수(법학), 조용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가 편집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창간사’에서 박은정 교수는 편집기획위원을 대표해 “취약한 인권 분야 연구를 지원하고,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창간 취지를 밝혔다. 박 교수는 “인권의 시각으로 사회현상을 보고, 인권실태조사, 인권교육, 인권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 제언을 다룬 수준 높은 논문을 발굴하겠다”고 〈인권평론〉의 기획 방향을 제시했다.
창간호에서는 박명림·박원순·박은정·안경환씨가 참여한 기획 좌담 ‘한국 인권 논의의 지평과 전망’을 앞세우고, 임혁백 고려대 교수(‘한국 민주주의의 발달과 인권의 변화 발전’), 한상진 교수(‘인권의 질과 문화적 정체성’),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과 인권’), 정원규 서울대 교수(‘세계화 시대의 기업활동과 인권’), 이근관 교수(‘국제적 인권으로서의 평화권에 대한 고찰’)의 논문을 실었다.
기획좌담에서 박명림 교수는 “우리 사회는 민주화됐지만,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가 9.4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고, 연간근로시간이 오이시디 국가 중 1위, 비정규직 노동자가 49%로 오이시디 평균의 2.5배, 자살률 2년 연속 1위인데, 20대 전반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며 “과거에는 권위주의의 인권탄압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시장의 인권 무시, 구조적 배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창간호는 ‘대테러 전쟁’의 인권 침해 양상을 살핀 조시현 건국대 교수와 로즈메리 푸트 옥스퍼드대 교수의 글을 실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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