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의 수난사> 장 클로드 볼로뉴 지음. 권지현 옮김. 이마고 펴냄. 2만5천원
예수, 브람스, 고흐, 샤넬의 공통점은?
모두 ‘독신’이었다. 이들은 낙오자이거나 이기주의자여서 ‘독신’이 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역사는 독신자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았다. “아들 딸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끝나는 동화책들만 봐도, ‘독신은 행복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담고 있지 않은가?
<독신의 수난사>는 고대 페르시아부터 21세기 뉴욕까지 역사 속에 비친 ‘독신의 모든 것’을 낱낱이 훑는 책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유산상속 권리를 빼앗기고, 경기관전 때 귀빈석에 앉지 못했다. 가혹한 세금도 내야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독신은 살인과 같은 중죄’라며 독신자를 비난했다. 근대 들어서는 “인구감소의 원인”이라며 ‘결혼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하기도 했다. 프랑스 혁명 뒤 독신자가 늘어나고, 20세기 당당한 독신녀들이 등장하기까지 독신의 역사는 그야말로 ‘수난사’였다.
독신의 정의와 어원, 유명한 독신자들 명단, 독신에 관한 잠언 등 ‘부록’은 책본문보다도 더 재밌는 읽을거리다. 책을 쓴 장 클로드 볼로뉴는 ‘자유로운 영혼’의 독신주의자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