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입양 작가 쉰네 순 뢰에스
노르웨이 입양 작가 쉰네 순 뢰에스
한국어 번역 새 소설 출간 방한
한국어 번역 새 소설 출간 방한
“생후 7개월부터 노르웨이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는 역시 노르웨이 사람이라 해야겠죠. 그런데 어쩐 일인지 길에서 한국인을 만나거나 텔레비전에서 한국 관련 행사나 스포츠 중계를 보게 되면 저절로 그쪽으로 눈이 가고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구요. 그럴 때는 제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임을 느끼게 됩니다.”
노르웨이로 입양된 한국 출신 작가 쉰네 순 뢰에스(31·한국 이름 ‘지선’)가 자신의 소설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문학동네 펴냄)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추어 방한했다.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17살 소녀 ‘미아’를 주인공 삼아 그가 병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족들과 화해하고 정상적인 삶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 자신이 4년 동안 정신병동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살린 작품으로 2002년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브라게문학상의 청소년도서 부문을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에서 스칸디나비아 문학사 과정을 밟고 있는 손화수씨가 번역을 맡았는데, 노르웨이 문학작품이 한국어로 직접 번역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쉰네 순 뢰에스는 18일 저녁 서울 성북동 노르웨이대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마련해 자신의 문학과 삶에 대해 들려줬다.
“저는 항상 비정상인들의 정신세계에 많은 관심을 지녀 왔습니다. 특히 그들의 언어는 보통 사람들보다 강하고, 다른 뉘앙스를 지니고 있어요. 예술가들이란 대체로 조금씩은 비정상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요. 저 역시 어떤 면에서는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작가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 미아가 꽃을 먹는 행위는 획일화하고 규격화한 세상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쉰네 순 뢰에스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무렵부터였다. 미국 작가 폴 오스터의 부인이기도 했던 노르웨이 작가 시리 후스트베트의 작품을 탐독했다.
“2002년 첫 방한 때 만난 한국의 여동생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해서 놀랐어요. 이번에 와서 보니 아버지와 할아버지 역시 글쓰기에 관심이 많더군요. 글쓰기가 핏줄과 관련되는 게 아닐까 하는 짐작이 들었어요.”
출생 직후 어머니가 병이 들고 쌍둥이 오빠는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게 되었지만 가족은 치료비를 부담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결국 오빠와 함께 노르웨이로 입양되었다.
“2002년에 처음 생부모를 만났을 때 저는 긴장도 됐지만 한편으로는 즐겁기도 했어요. 그러나 생부모님은 그렇지 않더군요. 오랫동안 죄의식과 책임감에 시달리다가 저를 다시 만나서 그 모든 감정을 분출해 내는데,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어요. 그분들이 느꼈을 마음의 아픔을 감싸주고 싶었지만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생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아요. 그분들을 이해하고 사랑합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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