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가 독자에게
“6박7일간의 서울방문이었다. 서울이 그 다음에 나를 맞아준 것은 4년 뒤인 1994년이다. 내 입국 규제가 완전히 풀린 것은 1995년 가을이었다.”
와다 하루키 교수의 6박7일간의 첫 서울방문이 이뤄진 건 1990년 7월이었다. 그때로부터 쳐도 16년 남짓, 한국출입이 자유로와진 때부터 치면 10년 남짓. 흔히들 ‘87년 체제’ 운운하지만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불과 10여년에 걸친 짧은 민주주의 실험 끝에 다수가 그 이전의, 한국 민주주의에 관해 발언해온 양심적 외국학자의 출입조차 막았던 그 세월에 강한 향수를 느끼게 됐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이런 것조차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민주화가 가져다 준 선물일까.
지난 6월에 나온 정병준 목포대 교수의 <한국전쟁>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What is past is prologue. 지난 과거는 다가올 미래의 시작이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현판의 경구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서 따온 이 문장은 NARA 기관지 <프롤로그> 제호로도 사용된다. 현재가 과거의 지배 아래 놓여 있으며, 미래가 축적된 과거의 반영임을, 역사적 안목이 선지자적 예언에 속하기보다는 냉정한 분석과 관찰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음을 뜻하는 문구다.”
어느덧 다시 1년이 지났다. 예년처럼 ‘올해의 책’을 정리해 놓고 보니 여러가지 이유로 훌륭한 책들이 많이 빠졌다. <한국전쟁>도 그 중의 하나다. 모든 사람들에게 ‘올해의 책’은 저마다 각기 다를 것이다. 우리가 뽑은 것도 그저 그런 차원의 참고자료 가운데 하나로 여겨주시길.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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