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삼국유사 이야기>이어령 지음, 서정시학 펴냄. 2만2000원
요즘 아이들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편다.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이어령 선생은 진즉부터 <삼국유사>에 주목했다. 1960년대부터 삼국유사 텍스트를 기반으로 문학론·문화론·여성론·인간론·기업문화론 등 다양한 문화담론을 펼쳐왔다. 역사서인 김부식의 <삼국사기>와는 다른 시각으로 쓰여진 일연의 삼국유사는 신화의 결정체이며, 그 신화들은 우리들이 잃어버린 고향의 기억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신화는 한번 듣고 잊어버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듣고 새로 읽어 그때마다 재창조하는 텍스트라는 신념에 따라, 삼국유사에선 반쪽도 안되는 단군 기록으로부터 우리 의식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고갱이를 끄집어낸다. 서양과 달리 투쟁보다 화합, 영웅보다 성자, 신보다 인간을 중시하는 사상의 뿌리가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것이다. 처용, 서동, 기파랑 등 다양한 설화로부터도 우리 문화의 원형을 뽑아낸다. 지은이가 여러 저서에 걸쳐 풀어놓은 담론들을 대담자(이채강)가 새로운 신화담론의 시각으로 재구성해 지은이와의 대화체 형식으로 꾸며 읽기에 부담이 없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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