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포퍼 논쟁> 스티브 풀러 지음. 나현영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1만2000원
문서를 보내는 팩스,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전화기가 신기하다. 한번에 많은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핵이 신기하고, 지구 바깥의 모습을 찍어내는 인공위성도 신기하다. 늘상 과학의 발전을 목격하지만 이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매우 특별한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들에게 이러쿵 저러쿵 말하기도 쉽지 않다.
토머스 쿤과 칼 포퍼는 과학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에 대해 사뭇 다른 태도를 취한 이들이다. 이 책은 특히 1965년 쿤과 포퍼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만남에서 과학의 본성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인 뒤 쿤에 쏟아진 찬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위기에 접어든 패러다임에 대해서만 비판을 허용하는 쿤의 태도는 과학의 합리성을 과학자 집단에게만 넘겼으며, 이는 권위주의적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과학의 탐구만을 강조한 쿤의 생각에는 정치적인 배경이 깔려있다고 지은이는 해석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과학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필요한 것은 맞는 말이지만 쉽지 않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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