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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하버드생이 묻고 세계 지성이 답하다

등록 2007-01-25 19:27수정 2007-01-25 19:29

<오늘의 세계적 가치> 브라이언 파머 외 엮음·신기섭 옮김·문예출판사 펴냄·1만5천원
<오늘의 세계적 가치> 브라이언 파머 외 엮음·신기섭 옮김·문예출판사 펴냄·1만5천원
하워드 진·노엄 촘스키 등이 학생들의 공격적 질문에 답한
치열한 답변과 문제제기
인생 선배로서 조언도 담겨
미국이 가진 최고의 자랑꺼리 가운데 하나가 고등교육기관이다. 대학의 성가를 계량적으로 입증하는 연구실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런 명성은 인재와 돈을 불러오는 자석이 된다. 자녀 교육에 관심있는 이 땅의 부모들도 미국의 유수 대학 도서관에서 밤을 새며 공부하는 자녀의 ‘늠름한’ 모습을 꿈꾼다. 이런 ‘보편적 꿈’이 향하는 정점에 하버드 대학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주말 학생도 관광객도 뜸한 하버드 대학 교정을 관찰해보시라. 눈을 약간만 돌려도 여러분과 똑같은 생김새와 옷차림, 그리고 비슷한 연령의 자녀를 동반한 채 교정을 두루 살펴보는 한민족의 후예를 만날 수 있다.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버드 학생들이 당대의 이름난 비판적 지식인과 강의를 통해 만났다는 것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의 최정상에 있는 학생들이 기존 체제에 더해, 이에 편승하는 개인들의 책임까지 묻는 신랄한 목소리에 어떻게 반응할까. 그 탐색이라는 게 단순한 지적 호기심의 충족으로 끝나지는 않을까. 진실과 진실이 소통하면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치열한 공론의 장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뚜렷한 답을 주지 않았다. 다만 글의 형식인 ‘인터뷰’라는 기제를 통해 질문자와 답변자의 흥미진진한 삶과 의미에 대한 탐색이 오간 것은 확실하다. 이 탐색의 순간 만큼은 진실이 튀었음이 분명하다.

이런 경우다. 미국의 과거를 제국주의 팽창의 역사로 비판해온 <미국 민중사> 저자 하워드 진에게 학생이 이렇게 물었다. “진정한 민주주의·자유가 있는 계급 없는 사회, 음식과 집, 의료보험 등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사회에 대해 쓰셨다. 이런 구체적 사례를 세계에서 찾기 힘들다. 모범사회를 오늘날 또는 역사 속의 세계에서 제시할 수 있나?” 노학자는 한 고교 강연에서 나온 “왜 이 나라에 사시죠?”라는 신랄한 반응을 떠올렸다. 포장이 다를 뿐 공격의 강도는 비슷하다. 그는 역사상 흉내낼 가치가 있는 사회의 예로 △1871년 프랑스 파리 코뮌이 지속됐던 몇 개월 △스페인 내전 초기 카탈루냐에서의 몇달을 들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세계의 어떤 나라, 체제도 이상적인 것으로 지목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은) 막대한 자원과 부, 재능으로 진정 이상적 사회를 건설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이 정도면 질문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미국 반체제 지식인의 대명사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언어학 교수 노엄 촘스키에게 한 학생은 “영감을 준 것과 지나친 환멸에 빠지지 않도록 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촘스키는 “사람들이 투쟁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지난 40년 동안 나타난 변화”는 사람들이 환멸에 빠지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답했다. 여성운동, 환경운동, 반전운동, 제3세계 연대운동, 지구적 정의실현운동 등 지금은 우리 삶의 일부인 이 모든 운동이 40년 전엔 없었다. 촘스키의 ‘진실’에 어떤 공명이 뒤따랐을 지 궁금하다.

나를 타인으로 향하게 하는, 이른바 사회 지향의 과정에 대한 절박한 목소리도 ‘진실’의 한 예라 할 것이다. 일레인 스캐리 하버드대 영문학 교수는 학생시절 문학작품에서 ‘육체적인 고통 사례’를 찾기 힘들었던 점이 놀라웠다고 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문학은 다른 사람을 상상하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토마스 하디의 작품을 보라. 주인공 한 두명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 뒤 이 인물의 어떤 성격을 결여한 다른 인물을 보여준다. 한 두명 이외의 인물들이 뒷말과 소문거리에만 머물게 된다. 이 때문에 그는 문학을 넘어 고문과 전쟁, 핵무기, 시민권에 대한 연구로 일을 확장했다.

인생 선배가 던지는 이런 삶의 조언은, 하버드라는 외피의 유무와 상관없이 어떤 보편적 공감을 획득할 만하다. “인생의 마지막에 여러분이 ‘이 일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어’라고 말할 수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닌게 된다는 걸 잊지 마세요.”(인권활동가이자 의사인 제니퍼 리닝)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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