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김선우 지음. 미루나무 펴냄. 9800원
시인 김선우씨의 새 산문집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은 그의 첫 시집을 떠오르게 한다.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물론 제목에서 그렇다뿐이지 내용에서는 썩 다르다. 네루다의 시 <젊음>의 한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산문집에서 시인은 무엇보다 사랑에 관해 말한다. 경어체의 편지투로 된 책에서 지은이는 국내외 시인들의 시를 앞세운 다음 그것을 매개 삼아 삶과 사랑, 상처와 성장에 대해 들려준다. 그에게 삶은 곧 사랑이다. “살아 있다면 일흔일곱 살이 되어서도 나는 연애 중일 거예요.” 사랑해서 얻게 되는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는 충고한다. “상처에 함몰되지만 않는다면, 상처는 살아 있음의 생기발랄한 반증이기도 한 거잖아요.” 그렇지만 그 사랑은 심신의 자유와 영혼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외로움이 자유와 동반된다면 그 길을 가는 게 현명합니다. 외롭지는 않은데 구속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요컨대, 다른 누구에 앞서 자기 자신부터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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