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의 그늘을 넘어> 여지연 지음. 임옥희 옮김. 삼인 펴냄. 18000원
1950년부터 1989년까지 10만여명의 한국여성이 미군과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누구인지 아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이들에게 ‘기지촌 매춘여성’의 혐의를 씌운 채, 반세기 동안 노골적으로 배척하고 경멸했다.
<기지촌의 그늘을 넘어>(삼인)는 미군과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아내들에 대한 심층 연구서다. 많은 여성들이 “널찍한 정원과 큰 차”의 환상을 품고 미국 땅을 밟았지만, 기지촌의 그림자는 질기게 태평양을 건너왔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가난과 성차별, 인종차별 그리고 깊은 소외감이었다. 미국인에게 그들은 “도덕적으로 타락했으며 미국행 티켓을 위해 군인들의 발목을 잡으려는” 여성이었고, 교민들에겐 “수상쩍고 심지어 오염된 여성”으로 낙인찍혔다. 또 군인아내들은 미국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취급됐다. 언어와 문화에서 미국화를 강요당했고, 김치와 고추장은 집에서조차 ‘죄악’이었다.
지은이는 150여명의 군인아내와 그 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저항, 자매애를 담담히 조명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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