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 성공회대 새천년관 교수회의실에서 진보진영 싱크탱크 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보수 세력의 담론이 발휘하는 대중적 호소력에 맞서 진보 언어의 대중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진보 담론 대중화 길찾기’ 토론회 열려
참여정부 등 진보세력 신뢰 상실이 한 원인
서양 사회과학 번역하듯 ‘먹물 용어’ 너무 많아
기업이 고객 끌어안듯 대중을 중심에 놓아야 보수세력의 말은 대중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 진보세력의 말은 너무 어렵다. 보통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는 대중적인 언어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22일 오후 서울 성공회대 교수회의실에서 ‘진보 싱크탱크 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애초 2007년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보수세력의 대중적 담론에 맞설 진보세력의 슬로건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토론은 대선 슬로건 찾기보다는 ‘진보 언어의 대중화가 왜 안 되고 어디에서 출구를 찾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됐다. 이날 토론에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소장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원장 손석춘),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등 유력한 진보적 연구기관 연구자 20여명이 모여 브레인 스토밍 형식으로 진행했다. 먼저 발제를 한 조희연 교수는 “애굽에서 탈출은 했는데 백성들이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탄식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 참여정부를 비롯한 진보세력의 말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정도로’ ‘신뢰의 무게’를 잃어버린 데 한 원인이 있다며, 대중의 가슴에 진보적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민중적 언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보수세력의 ‘선진화’ 담론이 대중적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 보수언어에 맞서는 진보적 대중언어의 개발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장석준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국장은 “보수세력의 ‘선진화’ 담론이 쉬운 말은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이 말이 쉽게 다가오는 것은 대중의 역사적 경험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대나 복지 같은 진보의 언어는 대중의 경험 속에 없는 말이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없다”며 진보 언어의 대중화에 ‘경험 부재’라는 장애물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우정 새사연 연구원은 “어떤 말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은 쉬워서가 아니라 자주 쓰여서 그런 것”이라며 “진보세력이 차별화 전략에 따라 저마다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적 민중주의든 사회연대 전략이든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며 “공통의 언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진보 언어가 진보 운동세력 안에서만 놀고 있다”며 대중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진보담론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손석춘 새사연 원장은 “진보정치 세력이 표를 얻지 못하는 것은 대중이 진보의 말을 믿지 못하는 탓도 있다”고 진단하면서 “진보의 주장이 그대로 실천된다면 우리 사회가 잘 굴러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며 “그걸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보의 언어가 익숙해지려면 언론매체가 자주 이야기해야 하는데, 조·중·동 식의 보수언어가 언론을 지배하고 있다”며 “그런 환경을 배제한 논의는 쓸데없는 자책만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국 인터넷신문 ‘평화 만들기’ 대표는 진보 진영의 자세에 쓴소리를 했다. “진보 운동가들이 대중을 가르치려고만 할 뿐 자신이 대중임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대중의 생각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의 언어를 보면 서양 사회과학 용어를 번역한 ‘먹물들의 말’이 너무 많다”며 “그런 말을 쓰면 대중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병권 새사연 연구센터장은 “에스케이가 ‘고객이 오케이할 때까지!’라는 슬로건을 내 건 데서 알 수 있듯이, 기업들이 1990년대 중반에 생산자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으로 돌아섰다”며 진보 언어도 대중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서양 사회과학 번역하듯 ‘먹물 용어’ 너무 많아
기업이 고객 끌어안듯 대중을 중심에 놓아야 보수세력의 말은 대중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 진보세력의 말은 너무 어렵다. 보통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는 대중적인 언어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22일 오후 서울 성공회대 교수회의실에서 ‘진보 싱크탱크 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애초 2007년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보수세력의 대중적 담론에 맞설 진보세력의 슬로건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토론은 대선 슬로건 찾기보다는 ‘진보 언어의 대중화가 왜 안 되고 어디에서 출구를 찾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됐다. 이날 토론에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소장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원장 손석춘),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등 유력한 진보적 연구기관 연구자 20여명이 모여 브레인 스토밍 형식으로 진행했다. 먼저 발제를 한 조희연 교수는 “애굽에서 탈출은 했는데 백성들이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탄식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 참여정부를 비롯한 진보세력의 말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정도로’ ‘신뢰의 무게’를 잃어버린 데 한 원인이 있다며, 대중의 가슴에 진보적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민중적 언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보수세력의 ‘선진화’ 담론이 대중적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 보수언어에 맞서는 진보적 대중언어의 개발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장석준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국장은 “보수세력의 ‘선진화’ 담론이 쉬운 말은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이 말이 쉽게 다가오는 것은 대중의 역사적 경험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대나 복지 같은 진보의 언어는 대중의 경험 속에 없는 말이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없다”며 진보 언어의 대중화에 ‘경험 부재’라는 장애물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우정 새사연 연구원은 “어떤 말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은 쉬워서가 아니라 자주 쓰여서 그런 것”이라며 “진보세력이 차별화 전략에 따라 저마다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적 민중주의든 사회연대 전략이든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며 “공통의 언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진보 언어가 진보 운동세력 안에서만 놀고 있다”며 대중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진보담론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손석춘 새사연 원장은 “진보정치 세력이 표를 얻지 못하는 것은 대중이 진보의 말을 믿지 못하는 탓도 있다”고 진단하면서 “진보의 주장이 그대로 실천된다면 우리 사회가 잘 굴러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며 “그걸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보의 언어가 익숙해지려면 언론매체가 자주 이야기해야 하는데, 조·중·동 식의 보수언어가 언론을 지배하고 있다”며 “그런 환경을 배제한 논의는 쓸데없는 자책만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국 인터넷신문 ‘평화 만들기’ 대표는 진보 진영의 자세에 쓴소리를 했다. “진보 운동가들이 대중을 가르치려고만 할 뿐 자신이 대중임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대중의 생각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의 언어를 보면 서양 사회과학 용어를 번역한 ‘먹물들의 말’이 너무 많다”며 “그런 말을 쓰면 대중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병권 새사연 연구센터장은 “에스케이가 ‘고객이 오케이할 때까지!’라는 슬로건을 내 건 데서 알 수 있듯이, 기업들이 1990년대 중반에 생산자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으로 돌아섰다”며 진보 언어도 대중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