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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학진 ‘학술연구비 삭감’ 갈등

등록 2007-04-02 17:55

학진 “기초학문 와해” 사업공고 거부…연구자 지원 못받아 발동동
교육부와 학술진흥재단(학진·이사장 허상만)이 학진의 학술연구조성사업비를 둘러싸고 한 달째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진의 연구비 지원에 의존하는 미취업 박사급 등 연구자들이 제때 연구비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올해 교육부가 산하기관인 학진과 협의도 없이 학진 예산을 깎고 그 가운데 일부를 다른 기관으로 돌린 데서 비롯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인문사회분야 기초연구과제 사업비 편성 내역이다. “2005년도 이후 해마다 인문사회 분야를 비롯한 기초학문 연구지원 예산이 줄어들어 순수 학술 진흥이라는 학진의 설립 목적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 학진의 주장이다.

학진은 사업 공고 거부라는 배수진을 치고, 삭감된 예산을 보충할 수 있도록 최소 50억원의 별도 재원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진이 사업 공고를 해야만 기초연구과제 선정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

교육부가 짜 내려보낸 인문사회 분야 예산은 지난해 64억원 삭감된 데에 이어, 올해 8억원이 또 삭감됐다. 삭감된 예산 가운데 일부(2006년도 20억, 2007년도 9억)는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교육협의회 등의 예산 증액에 쓰였다.

이에 따라 인문사회 분야 기초연구과제 선정률이 2004년 38.2%에서 지난해에는 19.96%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구과제 사업이란 학술 연구자들이 학진에 기초학문 연구프로젝트를 신청하면, 선정된 프로젝트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성태용 학진 인문학단장은 “공학을 비롯해 다른 연구분야는 여러 곳에서 지원을 받지만 인문학 분야는 오로지 학진에서만 해주고 있어 인문학 연구자들에게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신청하려고 많은 연구자들이 2~3개월씩 시간을 들여 계획서를 만드는 것이 현실인데, 선정률이 계속 떨어져 타격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허상만 학진 이사장은 “기초학문 육성이라는 학진의 본디 임무를 살리는 방향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환진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은 “예산은 국회에서 정하는 것”이라며 “학진이 사업 공고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말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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