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의 의학> 한성구 지음. 일조각 펴냄. 2만3000원
보티첼리의 유명한 그림 ‘비너스의 탄생’. 비너스의 자태는 고혹적이지만, 호흡기내과 의사의 눈에 비친 여신은 영락없는 ‘환자’다. 초점 없는 눈망울, 가녀린 체형, 창백한 얼굴, 게다가 부자연스럽게 처진 왼쪽 어깨는 폐가 망가진 결핵환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림 속의 의학>은 이처럼 그림에 ‘청진기’를 댄 채 의학이야기를 끄집어낸 에세이집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한성구 교수가 ‘의사신문’에 연재했던 칼럼을 묶어 책으로 펴냈다. 그는 그림 속 인물들의 각종 질병 징후는 물론이고, 정신분열증에 시달렸던 뭉크나 말년에 백내장을 앓았던 모네의 그림에서 드러나는 화가 자신의 질병 등을 세밀하게 읽어낸다.
특히 의사나 환자를 주제로 한 그림과 관련한 솔직한 고백이 흥미롭다. 촌지를 받는 의사, 어떻게든 유명해지려고 의학 성과를 부풀리는 의사가 등장하는 그림에서 지은이는 “실제로 환자를 보면서 있었던 일을 되새기고 싶었다”고 털어놓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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