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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느슨한 삶의 얘기, 그림에 버무렸다

등록 2007-04-18 18:31

한국화가 박미서씨
한국화가 박미서씨
한국화가 박미서씨 첫 화문집
20일부터 출판기념 개인전 열어
“나이가 드니 ‘각’이 사라지네요. 인생에 대해서도 느슨해지는 것 같고. 그래서 글을 쓸 수 있었나 봐요.”

첫 번째 화문집 〈사람이 살아가는 길 옆에〉를 낸 화가 박미서(57)씨는 ‘왜 화가가 책을 냈냐’는 물음에 웃으며 답했다. 20년 넘게 한국화가로 활동했지만 사실 그에게 ‘글’은 낯설지 않다. 1999년 수필 〈개어미〉로 〈에세이 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글에 대해선 영 ‘초짜’라고 겸손해하는 그는 “하루하루 떠오르는 생각을 궁굴리다 보니 너무 쓰고 싶더라”며 문학가적 기질을 드러냈다.

그렇다. 그는 ‘하고 싶으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지지고 볶으며’ 살다 83년 갑자기 그림을 그리겠다 나섰을 때도 그랬다.

“직물 디자인을 전공했으니 시작만 하면 다 될 줄 알았죠. 근데 어디 그래요? 새를 그리면 그게 나비인지 벌인지 …. 무슨 배짱으로 붓을 잡았나 몰라요.” 그러던 그가 그림 시작 3년 만에 작품전을 열 수 있었던 것은 그림을 향한 사그라들지 않는 ‘열망’ 때문이었을까? 주체할 수 없는 ‘재능’ 때문이었을까. “새·꽃 그 단순한 구도를 골백번도 넘게 그렸어요. 그림 좋다고 사갔던 분, 지금이라도 바꿔달라면 바꿔줄텐데. 하하하.”

혼자 책읽기를 즐기는 ‘문학소녀’ 였던 그는 ‘글을 써보라’는 주변의 권유도 많이 받았단다. ‘언젠가 쓸 수 있는 날이 오면 쓰자’며 미뤄둔 세월. “더 늦기 전에 쓰자고 용기를 냈어요. 서문은 근 10년 전에 써놨어요. 책을 쓰게 되면 꼭 앞머리에 넣겠다 다짐하면서.”

화문집에 실린 글 34점은 거의 모두 ‘사람’ 얘기다. 아버지, 남편, 좋은 선배, 못된 친구, 옛 연인 …. 정말 솔직하다. ‘남편과 살기 싫어졌다’는 대목에 이르러선 ‘더 이상 솔직할 순 없다’다. “독자가 ‘나랑, 내가 아는 아무개랑 똑같다’며 깔깔대거나 글썽였으면 좋겠어요.” 사람만큼 공감할 만한 주제는 또 없을테니 헛된 바람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책에서 34편의 글만큼 눈길을 끄는 건 50점의 한국화다. 꽃, 바위, 나무 등 풍경화 위주다. “글 속엔 회화성이 있어야 하고, 그림 속엔 내러티브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글과 그림은 하나죠.” 책을 읽는 데 1시간 이상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대로 막힘없이 술술 넘어간다. ‘지금의 내가 나를 기꺼워할 수 있게 해 준 지극히 사소한 무엇에게’ 바친다는 서문처럼 단아하고 담백한 글과 그림이 그를 닮았다.

20~26일 전북예술회관에서 출판기념 개인전이 열린다. (063)284-4445.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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