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화 운동 이후 급속히 확산되는 ‘문화의 시장화’ 현상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엇갈린다. 드라마 〈겨울 연가〉, 가수 비의 공연 장면, 뮤지컬 〈맘마미아〉(위부터).
6월 항쟁 이후 문화 20년 토론회
올해 20년을 맞은 6월 민주화 운동이 여러 각도에서 조명받고 있다. ‘6월 항쟁’으로 형식적 민주주의가 틀을 갖추기 시작했고 경제도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거센 신자유주의 물결에 의해 고착되고 있는 20대80의 불평등 양상은 이런 성과를 무색하게 한다. 민주주의 역시 한꺼풀 벗기면 그 내실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시기 문화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6월 민주항쟁 20년사업추진위’가 26일부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층 교육장에서 주 1차례씩 모두 9회에 걸쳐 여는 토론회 ‘민주화 20년 문화 20년-상상 변주곡’은 문화의 변천을 집중 조명한다.
토론회 1회와 3회 발제자인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복거일 미래문화포럼 대표는 6월의 사건이 광범위한 시민계층이 참여한, 민주주의를 향한 대사건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도 교수는 1987년은 현대 한국이 사실상 처음이라 할 ‘시민의 탄생’을 목격하고 기록한 해라고 정의내렸다. 복 대표는 6월 민주화 운동은 △비정상적인 정치적 상태를 교정하려는 노력이었고 △‘직선제 헌법’ 제정이라는 목표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항쟁’이 아니라 ‘혁명’으로 높여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거일 대중이 ‘문화’ 누릴 수 있게 됐다 소비자 부응한 예술이 주류로
전체주의 사조 퍼진건 부정적 문화의 측면에서 복 대표는 “6월 혁명 뒤 다시 자유로워진 사회에서 문화는 활기를 되찾았고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대체로 잘 적응했다”고 긍정론을 폈다. 그는 특히 “‘지식인 대중’의 빠른 성장에 따른 대중 문화의 발전”에 주목했다. “높아진 소득은 많은 시민들이 흔히 ‘문화’로 불리는 오락과 예술을 누리도록 했다.” “시장의 판단에 가장 끈질기게 저항해온 문학을 포함해, 모든 예술 장르들이 이미 대중의 판단을 궁극적 기준으로 삼는다”는 설명이 보여주 듯, 그는 이런 문화의 시장화를 적극 수용한다. 오락 산업의 큰 발전과 해외여행의 가파른 성장세로 해외 문화 유입이 늘어나고 사회적 금기들이 크게 줄어든 점도 그가 보기에 의미있는 문화 현상이다. 만화와 전자오락과 같은 장르들이 중요해지고 문학에서도 추리소설이나 환상소설과 같은 장르들이 번창하는 등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대중적 문화와 예술이 자연스레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도 했다. “한국 문화가 원숙해지고 나름의 특질을 지니면서” 발원한 ‘한류’는 “한국 예술의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복 대표는 한국어가 영어의 영향을 받으면서 진화했다고도 평가했다. ‘6월 혁명’이 전체주의적 사조를 우리 사회에 널리 퍼뜨린 점은 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압제적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전체주의가 유효한 이념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게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문화는? “새로운 상황은 새로운 문화를 부른다.” 따라서 새로운 과학 지식에 바탕을 두고 빠르게 바뀌는 사회 환경에 맞는 이념과 관행들을 창조하는 일이 시급하며, 이는 우리 사회의 정체성을 보다 뜻깊게 다듬으리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도정일 ‘지향점’ 잃은채 시장주의만 판쳐
구성원 아우를 공유가치 없어
건강한 공동체 문화 만들어야 진보적 인문학자인 도 교수는 이 시기 ‘민주주의 문화’에 도전하는 새로운 문화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 문화의 토대를 취약하게 한 특징적 문화 양상으로 △공포의 문화 확산과 △지향점 상실을 들었다. 공포와 불안감 확산에는 그가 보기에 △구제금융위기 △직업안정성 동요 △계층 양극화라는 세가지 요인이 주요 배경이 됐다. 그는 불안의 확산이 거의 모든 한국인의 제1의 관심사가 됐다면서 공포의 문화가 확산될 경우 민주주의가 무의미해진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6월 민주화운동 시기에는 ‘민주화’라는 지향점이 있었으나 현 시기에는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다양한 사회구성원을 공유시키는 공유가치가 부재하다는 점도 ‘민주주의 문화’ 진화에 대한 위협 요소다. 좋은 삶과 사회가 뭔지를 묻는 토론과 담론이 형성되지 않은 채 ‘시장 지향’만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의 시장화’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장주의 확산은 다양한 표현을 이끌어내고 사업적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활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적 독창성과 창조력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문화의 퇴락으로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요점이다. “시장주의 문화에선 뭐가 나왔다하면 일제히 모방한다.” 도 교수는 또 문민정부의 제대로 된 문화 정책 부재도 질책했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3대에 걸친 문민정부가 민주적 문화를 다지는 데 투입한 정책적 노력, 장기 비전과 계획, 시민교육 투자 등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적 덕목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는 대학이 없는 점과 △지배적 매체 조직들이 공정성, 품위, 객관성의 가치를 포기하고 허위에 대한 혐오의 능력을 상실한 점이 “가장 우려스런” 현상이다. 도 교수는 한국 사회 미래 문화의 전망을 건강한 공동체 문화의 창달에서 찾았다. 자유와 다양성이 병존하면서도 건강한 공동체를 일구는 방법을 문화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결론지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복거일 대중이 ‘문화’ 누릴 수 있게 됐다 소비자 부응한 예술이 주류로
전체주의 사조 퍼진건 부정적 문화의 측면에서 복 대표는 “6월 혁명 뒤 다시 자유로워진 사회에서 문화는 활기를 되찾았고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대체로 잘 적응했다”고 긍정론을 폈다. 그는 특히 “‘지식인 대중’의 빠른 성장에 따른 대중 문화의 발전”에 주목했다. “높아진 소득은 많은 시민들이 흔히 ‘문화’로 불리는 오락과 예술을 누리도록 했다.” “시장의 판단에 가장 끈질기게 저항해온 문학을 포함해, 모든 예술 장르들이 이미 대중의 판단을 궁극적 기준으로 삼는다”는 설명이 보여주 듯, 그는 이런 문화의 시장화를 적극 수용한다. 오락 산업의 큰 발전과 해외여행의 가파른 성장세로 해외 문화 유입이 늘어나고 사회적 금기들이 크게 줄어든 점도 그가 보기에 의미있는 문화 현상이다. 만화와 전자오락과 같은 장르들이 중요해지고 문학에서도 추리소설이나 환상소설과 같은 장르들이 번창하는 등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대중적 문화와 예술이 자연스레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도 했다. “한국 문화가 원숙해지고 나름의 특질을 지니면서” 발원한 ‘한류’는 “한국 예술의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복 대표는 한국어가 영어의 영향을 받으면서 진화했다고도 평가했다. ‘6월 혁명’이 전체주의적 사조를 우리 사회에 널리 퍼뜨린 점은 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압제적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전체주의가 유효한 이념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게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문화는? “새로운 상황은 새로운 문화를 부른다.” 따라서 새로운 과학 지식에 바탕을 두고 빠르게 바뀌는 사회 환경에 맞는 이념과 관행들을 창조하는 일이 시급하며, 이는 우리 사회의 정체성을 보다 뜻깊게 다듬으리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도정일 ‘지향점’ 잃은채 시장주의만 판쳐
‘민주화 20년 문화 20년’ 대토론회 일정
건강한 공동체 문화 만들어야 진보적 인문학자인 도 교수는 이 시기 ‘민주주의 문화’에 도전하는 새로운 문화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 문화의 토대를 취약하게 한 특징적 문화 양상으로 △공포의 문화 확산과 △지향점 상실을 들었다. 공포와 불안감 확산에는 그가 보기에 △구제금융위기 △직업안정성 동요 △계층 양극화라는 세가지 요인이 주요 배경이 됐다. 그는 불안의 확산이 거의 모든 한국인의 제1의 관심사가 됐다면서 공포의 문화가 확산될 경우 민주주의가 무의미해진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6월 민주화운동 시기에는 ‘민주화’라는 지향점이 있었으나 현 시기에는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다양한 사회구성원을 공유시키는 공유가치가 부재하다는 점도 ‘민주주의 문화’ 진화에 대한 위협 요소다. 좋은 삶과 사회가 뭔지를 묻는 토론과 담론이 형성되지 않은 채 ‘시장 지향’만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의 시장화’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장주의 확산은 다양한 표현을 이끌어내고 사업적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활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적 독창성과 창조력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문화의 퇴락으로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요점이다. “시장주의 문화에선 뭐가 나왔다하면 일제히 모방한다.” 도 교수는 또 문민정부의 제대로 된 문화 정책 부재도 질책했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3대에 걸친 문민정부가 민주적 문화를 다지는 데 투입한 정책적 노력, 장기 비전과 계획, 시민교육 투자 등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적 덕목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는 대학이 없는 점과 △지배적 매체 조직들이 공정성, 품위, 객관성의 가치를 포기하고 허위에 대한 혐오의 능력을 상실한 점이 “가장 우려스런” 현상이다. 도 교수는 한국 사회 미래 문화의 전망을 건강한 공동체 문화의 창달에서 찾았다. 자유와 다양성이 병존하면서도 건강한 공동체를 일구는 방법을 문화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결론지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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