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박사 논문 쓰는 독일 출신 에르펜슈타인 교수
‘청계천’ 박사 논문 쓰는 독일 출신 에르펜슈타인 교수
“독일에서 청계천 복원이 추진됐다면 적어도 15년 이상 걸렸을 거예요. 독일에선 반드시 반대하는 모든 시민과 집단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질문에 대답해줘야 하거든요.”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객원교수인 독일 여성 아네테 에르펜슈타인(43)은 지난 2004년 7월 제약회사 지사장인 남편과 함께 서울에 왔다. 도시계획가인 그는 서울에 오자마자 청계천 복원 사업을 만났다. “16만대가 넘는 차량이 다니던 5.8㎞의 고가도로와 복개도로를 걷어내고 물을 흐르게 한다는 규모에 놀랐죠.” 그는 2005년 서울시립대 김기호·이승일 교수와 상의해 청계천 복원을 자신의 박사 논문 주제로 결정했다. 과정은 모교인 독일 뮌스터 베스트펠리셰 빌헬름스 대학에서 밟기로 했다. 그는 논문을 위해 도시계획, 물, 환경, 교통, 주변 상인·노점상 등 방대한 분야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독일의 지도교수는 자료 수집 외에, 적어도 50명 이상의 청계천 복원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라고 그에게 주문했다. 현재까지 그 절반 정도를 인터뷰했다. 자료 분석과 20명 이상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까지 그가 받은 느낌은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절차가 최선이었는지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독일과는 과정상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제가 일하던 독일 뒤셀도르프에서도 라인강가의 차도 2㎞를 지하화하고 지상을 녹지로 바꿨어요. 그런데 그 사업은 검토에서 완공까지 27년이 걸렸어요.” 반면 청계천 복원은 검토에서 완공까지 3년 3개월이 걸렸다. 독일에서 사업 기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공공 사업이라도 개인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도록 한 것이 독일의 법이고 관행이기 때문이다. 뒤셀도르프 라인강가 녹지화 사업도 시민들이나 집단의 반대나 소송이 계속됐다면 결국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만약 독일에서 청계천 복원이 추진됐다면 무엇이 달랐을까? “아마도 독일인들은 세부에 더 많은 신경을 썼을 것입니다. 청계천 주변의 인도는 좁은데다가 나무까지 심었는데, 독일에서라면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을 겁니다. 또 청계천으로 접근하는 길도 장애인이나 노인, 어린이를 위해 좀더 편리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인공하천인 청계천에 상류의 자연수를 연결해 흐르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물론 한국의 청계천 복원 과정에도 장점이 있었다. “실행이 빠르다는 점은 확실히 독일보다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개인의 이익을 조금 희생해서라도 적극 받아들입니다. 그것은 한국의 힘입니다.” 그는 오는 8월께 3년 동안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한국을 떠난다. 청계천에 대한 그의 논문은 올해 말께 완성될 예정이다. 글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