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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위대한 로마, 더 위대한 로마인

등록 2007-05-10 17:35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네로의 비밀, 티투스의 승부수> 막스 갈로, 이재형 옮김, 예담, 각권 9800원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네로의 비밀, 티투스의 승부수> 막스 갈로, 이재형 옮김, 예담, 각권 9800원
노예 스파르타쿠스 영웅담
어릿광대의 황제 입성기
소설로 만나는 역사 속 인물들

제국 로마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두 종이 선을 보였다. <나폴레옹>의 저자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막스 갈로(1932~)는 자유를 찾아 제국에 반기를 든 노예검투사 스파르타쿠스, 희대의 폭군 네로와 예루살렘을 점령한 티투스 황제의 삶을 ‘로마의 영욕’을 무대로 생동감있게 아로새겼다. 영국의 시인, 소설가, 비평가였던 로버트 그레이브스(1895~1985)는 50년간 어릿광대 노릇을 하며 천대의 세월을 견딘 뒤 ‘살아남아’ 권력을 움켜쥔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삶을 조명했다.

우리에게 스파르타쿠스는 노예검투사였으며 제국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뒤 한동안 세력을 떨치다 파국을 맞았던 인물만으로 기억돼 있다. 조금 더 상식이 있다면, “스파르타쿠스는 고대 역사를 통틀어 가장 걸출한 인물입니다. 위대한 장군이자 고결한 인간이며 고대 프롤레타리아의 진정한 대표이지요”라고 마르크스가 엥겔스에게 전한 평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1~3)> 로버트 그레이브스, 오준호 옮김, 민음사, 각권 1만500원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1~3)> 로버트 그레이브스, 오준호 옮김, 민음사, 각권 1만500원
갈로는 노예의 영웅담을 통해 그가 들려주고 싶은 로마에 대한 생각을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로마의 영화로운 문명은 채찍과 창검으로 말하는 잔인한 인간의 본성과 맞배라는 것이다. 살기 위해 동족·동료를 죽여야 하는 검투사, 잔혹한 규율을 강압하는 로마군의 군법체계에 대한 묘사에서 갈로는 죽음과의 대면이라는 로마의 일상을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노예세력에 연전연패하던 로마군이 승기를 잡은 동인은 무엇인가. 그 것은 로마 법무관 크라수스의 잔인한 본성이다. 부관조차도 그 앞에서 눈을 내리깔아야 하고 고문을 즐기는 냉혹한 권력지형적 인물 앞에 노예 세력의 ‘자유와 무질서’는 어떤 대안도 찾지 못한다.

하지만 갈로는 로마의 위대함을 부인하지 않는다. 스파르타쿠스 조차도 자신이 신의 선택에 의해 예정된 패배라는 운명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음을 주저없이 이야기한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우리는 신들이 로마의 발바닥에 꽂아놓은 가시에 불과해.” “로마는 신들의 보호를 받고 있네. 그런데 도대체 누가 로마를 이길 수 있겠는가?”

전 검투사 교관으로 반란에 가담한 쿠리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로마시민들)은 자유롭지만 동시에 질서를 따르기도 하지!”


로마에게 정복당한 트라키아 왕족의 자손으로 태어난 뒤 로마군단 병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던 스파르타쿠스, 그는 꿈을 이룬 뒤 냉혹한 현실을 깨닫는다. 기껏해야 보조병이 될 수밖에 없다. 멸시와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 부조리에의 저항은 그를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뜨린다. 탈영 투옥 그리고 노예의 삶이 이어진다.

갈로는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몇가지 장치를 통해 영웅담의 농도를 높인다.
147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고대 로마 병사와 로마인. 그림 예담 출판사 제공
147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고대 로마 병사와 로마인. 그림 예담 출판사 제공
스파르타쿠스는 늘 그리스 디오니소스신을 모시는 여사제와 유대의 유일신을 따르는 치료사를 동반한다. 판이한 신성의 주문과 예언이 동일인의 의식 속에서 별다른 충돌 없이 섞이는 것도 특별하거니와 스파르타쿠스 죽음 이후에 이들은 살아 남아 그의 이야기를 전했다는 설정도 의미심장하다. 신의 전령사들은 충성스럽게 그들의 지혜나 신성을 동원해 스파르타쿠스를 돕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과 인간이 늘 같은 길을 갈 수는 없다.

스파르타쿠스의 자유의지를 일깨우는 극적인 계기도 인상적이다. 탈영 뒤 붙잡힌 그는 로마군 병영에서 또 다른 포로 갈빅스와 싸움을 치러야 한다. 주먹으로 쇳덩어리를 부술 수 있는 그를 죽여야만 스파르타쿠스 일행은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 신의 전령사들 조차도 함께 살아야 한다며 갈빅스를 죽일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결말은?. 갈빅스는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만, 다른 선택을 한다. 스파르타쿠스를 살려주고 로마군을 향해 달려든다. 스파르타쿠스의 자유를 향한 위대한 투쟁은 여기서 시작된다.

1934년 발표된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는 로마 초기 제정시대를 무대로 아우구스투스의 손자인 ‘어릿광대’가 황실 암투전에서 살아남아 유능한 황제로 변모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다루고 있다. 아우구스투스를 유혹해 황후가 된 리비아, 어머니 리비아의 도움으로 황제가 된 티베리우스, 폭군으로 남은 칼리굴라 등 다채로운 인물 군상과 만날 수 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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