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양극화 심화가 ‘민중’ 재등장 시킨다

등록 2007-05-15 18:09수정 2007-05-15 20:56

우석훈 교수
우석훈 교수
‘시민’에 자리 내줬다가 생존권 악화로 양산
정치의 극우화 다시 활개칠 가능성도 제기
우석훈 교수 ‘사회비평’에 논문

구제금융위기 이후 실종됐던 ‘민중’의 시대가 다시 돌아오고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정치의 극우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공회대 우석훈 교수는 〈사회비평〉 여름호에 실린 논문 ‘87년 이후 20년, 민중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는가?’에서 지난 20여년간의 사회경제적 변화 추이 분석을 토대로 1997년 이후 무대 뒤로 사라져갔던 ‘민중’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민중’ 개념은 6월 항쟁때 전성기를 누리다, 1990년대 ‘시민’ 개념이 등장하면서 뒷자리로 물러난다.

대학진학률이 80%를 넘어설 정도로 고학력 사회로 진입하고 농민도 인구의 7% 수준으로 줄면서 ‘고졸’ ‘육체노동자’ ‘노동자·농민’이라는 의미에서의 전통적인 민중이란 단어가 한국에서 실질적 의미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20대에서 스스로를 민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한국 경제의 위기와 대안에 대한 담론과 분석 그 어디에도 민중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래 최근 10년의 사회경제적 흐름은 민중을 복권시키고 있다. 그는 1997년 이후 우리 사회의 특징적 현상을 신자유주의 일반화와 함께 △부동산 상승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농업의 붕괴 △주주 자본주의 강화 △20대를 둘러싼 세대간 불균형으로 압축했다. 이로 인해 중산층의 일부분을 다시 경제 하단부로 밀어내리면서 기본적인 생존권 문제에 부닥치는 사람들을 크게 늘리리라는 것이다.

민중의 시대 다시오나
민중의 시대 다시오나
우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전통적 민주노동당 지지층인 중산층·전문직·수도권 거주자가 아니라, 저학력·지방거주민·저속득층이 불안하게 느끼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어 그는 “생존권에 기반한 민중들이 다시 등장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한국경제가 새롭게 다량으로 배출하는 평균 임금 119만원을 받는 800만명을 초과하는 비정규직, 농업에서 내몰리게 될 100~150만명의 사람들, 혹은 몰락을 눈앞에 둔 도시의 자영업자들을 민중이 아니라면 뭐라고 부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우 교수는 5% 미만만이 대기업과 정부기관이 제공하게 될 ‘단단한 직장’을 붙잡게 될 20대 이하의 세대에게 이러한 경제적 문제점이 더욱 극렬하게 발생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현재의 20대가 평균 기대할 수 있는 월평균 임금은 88~119만원 사이”라면서 이런 추세는 현 경제구조에서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며, “지금의 10대로 넘어간다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점쳤다.

이런 맥락에서 우 교수는 경제적 의미에서 민중의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이런 흐름이 정치적으로 민중의 전성시대의 도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우 교수는 “민중의 경제적 삶의 피폐와 정치의 극우화는 동시에 생겨날 수 있으며, 역사에서 이런 현상들이 종종 목격된다”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