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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민족주의 과잉 걱정할 때 아니다

등록 2007-05-16 19:54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민족화홥운동연합 이사장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민족화홥운동연합 이사장
최장집 교수의 민족주의 비판에 대한 반박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지난주 〈민족주의, 평화, 중용〉(까치)에 실린 논문 ‘한국 민족주의의 특성’에서 노무현 정부 시기 들어 민족주의가 정치적 이념이자 가치로서 정치 전면에 나타났으며 이는 민주주의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가 비판적 의견을 담은 글을 기고해 왔다. ‘현재 시기 민족주의 문제’에 관한 학계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하며 주 교수의 글을 싣는다.

우리사회 주요모순은 분단 극복
바른 민족주의 복원이 시대요청

지금 한국 민족주의는 좌우 양측으로부터 심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극좌세력 중 일부는 민족주의를 ‘허깨비’라고 비판하며, 북한도 국가자본주의체제이고 노동자와 농민을 착취하는 정권이므로 타도의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극우 역시 북한을 타도의 대상이라고 보면서 6·15 공동선언의 파기를 주장하며, 민족통일을 지향하는 세력을 ‘빨갱이’로 매도한다. 다른 나라의 극우는 민족지상주의를 내거는 것이 통례지만, 한국의 극우는 다르다. 그들도 간혹 민족주의를 구호로 내거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허울에 불과하다. 대중을 현혹하고 동원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민족주의 구호가 유효할 경우에만 이를 이용할 뿐이다. 한국에서 사대주의자들과 극우는 사실상 한몸이라고 할 수 있다. 뉴라이트가 바로 그 예다.

36년의 일제 통치와 근 60년 이상 지속된 분단의 아픔을 오늘에 이어가는 한국에서 민족주의는 남북의 평화공존을 바탕으로 한 분단의 극복을 제1차적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 또 이것이 우리 겨레가 평화롭게 생을 이어가는 길이다. 남북민족의 대립과 상극을 부채질하면서 민족과 민중을 논할 자격은 없다.


이 점과 관련하여 고려대 최장집 교수의 논문 ‘한국 민족주의의 특성’은 눈길을 끌을 만하다. 이 논문은 ‘폐쇄성’과 ‘국수주의’적 요소들 때문에 민족주의는 매우 퇴영적이거나 ‘시대착오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그 대안으로 ‘시민적 민족주의’를 제시했다. 민족주의는 원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발생하고 발전해 왔으므로, 자유와 민주의 가치들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민족주의, 즉 국수주의가 민주주의 발전에 저해요인이 된다는 점은 제2차대전 전 독일의 히틀러와 일본의 군국주의 등 파쇼지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군사독재자들은 민족주의를 이용하여 군사독재를 합리화하면서 민주주의를 압살했다. 사람들은 한국 사회가 현재 민주주의라는 면에서 상당히 진전된 상황이라고 믿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상 허상에 불과하다. 세계 어느 선진 민주국가에 한국의 국가보안법 같은 악법을 찾아볼 수 있는가.

한나라당과 이를 뒷받침해온 ‘뉴라이트’들은 북한을 타도의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하필이면 자주독립을 기원해야 할 3·1절 행사 때, 시청 앞에 수천명의 군중을 모아놓고 태극기와 나란히 성조기를 뒤흔들면서 “김정일 타도”와 “6·15 공동선언 파기”를 외치며, 김대중·노무현 양 대통령을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이들을 숙청하자고 주장했다. 그 법적 근거는 바로 ‘국가보안법’일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사대주의와 매카시즘적 극우가 한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한국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올바른 민족주의가 절실히 필요하다. 최장집 교수의 한국민족주의론은 그런 뜻에서 계몽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사대주의 극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되어 있는 현재, 오히려 ‘민족주의의 과잉’을 걱정하는 최장집 교수의 발언은 올바른 민족주의 복원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합되지 않는다.

현시점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여러 가지 사회모순 가운데서 ‘주요모순’과 ‘종속모순’을 가려내는 일이다. 중국의 민족민주민중정권 수립의 역사는 이를 우리에게 교시해주고 있다.

현시점에서 주요모순은 국토의 분단을 극복하는 데 힘을 모으는 일이다. 민중의 복지 향상을 위해서도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을 통해 무거운 국방비 부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또한 최장집 교수가 바라는 올바른 민족주의로의 길을 개척해 줄 것이다.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민족화홥운동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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